15일 가을 축제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에선 학생들이 주황색 다회용기에 순대볶음 등을 담고 있었다. 다회용기를 가져온 학생은 할인 혜택을 받았고, 안 가져온 학생은 서울시가 주최 측에 제공한 다회용기를 썼다. 이 학교 학생 양윤지 씨(22)는 “예전에 축제가 끝나면 일회용품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했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대면 축제가 이어지는 대학가에선 축제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화여대는 이번 축제의 주제를 ‘친환경’으로 잡았다. 이 대학 축제 기획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대면 축제를 여는 만큼 사회적 의미를 담고자 했다”며 “종이로 제작했던 축제 안내서도 온라인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이날 환경동아리 부스는 양말을 만들고 버려지는 끈을 활용해 텀블러 커버나 컵홀더 등을 만드는 학생들로 붐볐다. 이 대학 4학년 이모 씨(26)는 “평소 텀블러를 자주 쓰는데, 버려지는 끈을 활용해 커버를 만드니 뿌듯하다”고 했다.
헌혈의 장으로 변신한 축제도 있다.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 앞에는 헌혈 버스 주위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3년 만에 개최되는 ‘연고제(고연제)’가 대한적십자사와 협력해 ‘헌혈 연고제’로 열리면서 학생들이 모인 것. 두 대학은 ‘헌혈 온도계’를 설치해 매주 헌혈량을 공개하고, 누적 헌혈량에 따라 상품도 제공한다.
지난해 연세대에 입학한 원가연 씨(20)는 “좋은 일도 하고, 이긴 학교에는 치킨 상품도 준다고 해서 헌혈하러 왔다”고 했다. 함형진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혈액 부족이 심각한 만큼 공론화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는 26일부터 열리는 축제 ‘인향제’를 지역 상인들과 연계해 개최할 예정이다. 류창현 시립대 총학생회장은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 축제장에 지역 상권 부스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수고롭더라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실현하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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