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화폐 거래하는 ‘외환 시장’…외화-원화 교환 비율로 가격 책정
원-달러 환율 상승은 장단점 뚜렷…휘발유-경유 등 수입 부담 증가
기업은 수출 통해 더 큰 이익 창출
대부분의 국가는 고유 화폐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달러화, 중국은 위안화, 일본은 엔화, 영국은 파운드화, 우리나라는 원화입니다.
각 나라가 자국의 화폐를 독립적으로 발행해 운영하는 이유는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등 복합적인 배경과 이유가 있어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처럼 고유의 화폐 대신 유로화로 통합한 사례도 있어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제화 시대에 다른 나라와의 교역은 필수적인 것이고, 물건이 국경을 넘어 수출입되듯 결제 수단인 화폐 역시 국가를 넘어 이동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수출을 통해서 다른 나라에서 벌어들인 외화는 자국에서 바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 달러화, 엔화가 상품인 외환 시장
물건을 거래하는 시장이 있듯 다양한 외화를 마치 물건처럼 사고파는 시장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를 ‘외환 시장’이라고 합니다. 기업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화를 외환 시장에서 팔아 원화로 바꿔 직원들 월급도 주고 각종 생산 비용도 지급합니다.
시장에서는 물건이 사고팔리면서 가격이 형성됩니다. 물건이 부족하면 가격은 오르고, 물건이 남아돌면 가격은 내립니다.
외환 시장에서 사고팔리는 물건은 달러화, 위안화, 엔화, 유로화 같은 외화입니다. 배추는 배추 시장에서 거래되고, 사과는 사과 시장에서 거래됩니다. 제각각 다른 시장에서 거래되고 다른 가격이 형성됩니다. 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러화는 달러화 시장, 유로화는 유로화 시장에서 거래됩니다. 달러를 중심으로 설명하자면 달러가 달러화 시장의 거래 대상인 물건에 해당하고, 달러화와 교환되는 원화가 물건 시장에서의 화폐에 해당합니다. 돈을 돈으로 사고파는 시장인 겁니다.
○ 거래량 따라 오르내리는 환율
물건이 거래되는 시장처럼 달러화 시장에서도 달러가 부족하면 달러 가격이 오릅니다. 반대로 달러가 풍부해지면 달러 가격이 내려가게 됩니다. 가격은 물건 1개와 교환되는 화폐의 양입니다. 이 때문에 달러화 시장에서의 가격은 1달러와 교환되는 원화의 양이 됩니다. 외환 시장에서는 이 가격, 즉 원화와 달러화의 교환 비율을 ‘환율’이라고 부릅니다.
달러화 시장에서 환율은 1달러가 얼마만큼의 원화와 교환되느냐를 의미합니다. 이를 분수로 나타내 ‘원/달러 환율’로 표시하고, 읽을 때는 ‘원-달러 환율’이라고 합니다. ‘달러 분의 원’이나 ‘원 퍼 달러’ 등으로 읽지 않습니다. 우리가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이 4000원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이다’라고 말합니다. 굳이 ‘1달러가 1300원’이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했다고 합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의 가격이므로 달러가 외환 시장에서 부족하다는 뜻이 될 겁니다. 왜 달러가 외환 시장에서 부족해진 것일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원자재를 수입하여 완제품을 수출하는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달러화로 지급해야 하는 원자재 수입 대금이 증가한 것도 요인이 될 것입니다. 같은 양의 원자재를 수입하더라도 지불해야 할 달러화의 양이 이전보다 증가하게 되니 외환 시장에서 사들여야 할 달러화의 양이 늘어난 겁니다.
반면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우리 기업의 상품 수출이 줄면서 외국에서 벌어들여 외환 시장에 환전하기 위해 내놓는 달러의 양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만큼 외환 시장에 풀리는 달러의 양이 줄어든 것이죠. 이러한 요인들은 외환 시장에서 달러를 부족하게 만들고, 달러화 가격인 원-달러 환율을 상승시킵니다.
○ 환율 오를 때 생기는 변화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어떠한 변화가 발생할까요? 가장 대표적으로 국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원유, 석탄 등 주요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원유는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국제 유가 상승에 더해서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니 달러화로 결제해야 하는 원유 수입 부담이 더욱 증가하게 됩니다. 휘발유, 경유 등 자동차 연료 가격은 이미 크게 상승했고, 조만간 전기 요금도 20%가량 상승한다고 하니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나쁘기만 할까요? 정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좋은 측면도 있습니다.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과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일 때 1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하면 1200억 원을 벌었습니다. 요즘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이라면 동일한 1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해도 1300억 원을 벌게 됩니다. 동일한 달러화인데 무려 100억 원을 더 벌게 되니 ‘쏠쏠한’ 부수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과거 100달러로 12만 원어치의 한국 물건을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13만 원어치를 살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돈 쓰는 부담이 줄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지갑이 쉽게 열릴 수 있는 겁니다.
결국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에는 불리하지만, 수출에는 유리한 국면을 조성합니다. 이러한 원리로 경제 현상은 대부분 상승과 하락이 자동적으로 순환 반복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바닥 없는 하락도 없고, 천장 없는 상승도 없습니다. 다만, 물가든 금리든 환율이든 그 변동은 사람들이 적응할 수 있게 천천히 완만하게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 부분이 정부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