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오겜’으로 에미상 받은 황동혁 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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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지난해 화제였지요. 이 드라마의 황동혁 감독(사진)과 주연 배우 이정재 씨가 13일 프라임타임 에미상의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74년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은 ‘방송계의 아카데미’로 불립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의 배우나 감독들에게는 좀처럼 상을 준 적이 없어 이번에 오징어게임이 13개 부문 후보로 오른 것 자체가 화제였습니다. 이번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수상은 아시아권 작품으로는 처음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에미상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했습니다. 비영어권 작품에 마치 단단한 성벽 같았던 에미상의 장벽을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넘어섰다는 의미입니다.

황 감독은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의 영화를 만든 사람입니다. 일찍부터 사회 문제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의 첫 작품인 단편 ‘미라클 마일’과 장편 데뷔작 ‘마이 파더’는 입양된 한국 청년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황 감독은 실화나 역사물을 영화로 만들 때 꼼꼼하게 고증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도가니와 남한산성은 이런 장점이 잘 드러난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또 수상한 그녀처럼 따뜻한 코미디 영화도 만들었습니다.

오징어게임은 구상부터 완성까지 12년 걸렸다고 합니다. 각본과 연출 모두 황 감독 혼자서 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공개되자마자 여러 기록을 세웠습니다. 특히 28일 동안 16억5045만 시간이라는 누적 시청시간은 넷플릭스 사상 최다 기록입니다.

오징어게임에 대한 대중들의 폭발적 호응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드라마에 담긴 메시지의 힘이 컸다고 봅니다.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젊은 세대는 평생 일해도 집 한 채 사기 어렵습니다. 오징어게임은 이런 메시지를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참신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작품화했습니다. 황 감독의 말처럼 세계인들이 “빈부격차,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문제점 등을 지적한 주제 의식에 공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녀시대와 싸이의 월드투어가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을 끌어냈습니다. BTS의 빌보드 차트 1위 등극과 아메리칸뮤직어워즈 수상 이후 또 다른 K팝의 해외 진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 이전에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이 됐고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은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요.

특정한 문화권의 예술은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상식에서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이 에미상을 받는 마지막 비영어권 드라마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오징어게임은 영미권 중심이던 세계 콘텐츠 시장의 벽을 허물었습니다. 한국 드라마, 더 나아가 비영어권 드라마 전체에 ‘선한’ 영향을 줘 이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을 기대합니다.

#오징어게임#황동혁 감독#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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