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상담을 받으며 ‘내 편’이 생겼다는 생각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콜센터 등에서 10년 넘게 고객 응대 업무를 해온 직장인 A 씨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한 상황에서, 상사와의 갈등까지 발생하자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일을 쉬고 있다는 A 씨는 “상담 중 욕설을 하는 고객들도 참아가며 일했는데 직장 내 괴롭힘은 참기 어려웠다”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우울감이 심해졌다”고 털어놨다.
A 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서울시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센터를 찾았던 A 씨는 올 7월부터 센터에서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센터에선 총 10차례에 걸쳐 전문가로부터 무료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A 씨는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전문가가 진정성을 갖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며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었던 문제들을 털어놓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A 씨는 센터 도움으로 노무사 상담도 받고 있다.
서울시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는 콜센터, 백화점 등에서 고객 응대 업무를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심리상담 지원을 위해 2018년 8월 설립됐다. 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오는 이들은 업무처리 과정에서 고객의 욕설이나 폭언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센터 측에 따르면 설립 후 올 8월까지 약 4년 동안 진행된 심리상담 횟수는 총 11795회에 달한다. 최근에는 센터를 찾기 어려운 감정노동자를 위해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감정노동자 근무지 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한다.
김자혜 심리상담위원은 “업무과정에서 발생한 일 때문에 수면장애나 불안 등을 호소하는 감정노동자가 많다”며 “강성 고객 응대 후 업무를 잠시 중단하는 등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현실에선 바로 업무에 복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상담자 중에는 자해, 알코올의존증 등 당장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센터 측은 감정노동자의 경우 정기 상담 등을 통해 심리상태 점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 위원은 “몸에 이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휴식시간 및 가족과의 관계 등의 측면에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전문상담을 받는 게 좋다”며 “감정노동자의 경우 매일 업무 스트레스가 쌓이는 만큼 곪아 터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건강검진을 받듯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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