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의 위헌성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검찰의 권한 침해 여부, 입법절차의 정당성을 두고 법무부와 국회가 장장 5시간여 동안 격론을 펼쳤다.
헌재는 27일 서울 종로구 청사 대심판정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한 변론은 6시50분까지 5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청구인 자격으로 변론에 출석한 한 장관은 “개정안이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검찰의 헌법상 기능을 훼손했다”며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내용으로 만들어져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헌법상 검사의 수사, 소추기능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철저히 보호하기 위한 헌법상의 책무”라며 “헌법상 검사의 수사, 소추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어렵도록 제한해 국민을 위한 기본권 보호기능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은 올해 4~5월 국회를 통과해 이달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법무부는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소추권을 침해하고 국회 입법절차에서도 ‘의원 위장탈당’ ‘회기 쪼개기’ 등 편법이 동원돼 개정행위가 무효라며 지난 6월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6개 범죄에서 부패·경제 2개 범죄로 제한하고 수사개시 검사가 공소제기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경찰에서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보완수사 범위를 축소했다. 또 별건사건 수사 금지, 고발인 이의신청권 배제 조항도 포함됐다.
◇ “檢 ‘보장된’ 수사·소추권 침해” vs “침해 아닌 수사권 조정”
법무부는 개정안이 헌법상 보장된 검사의 수사권과 소추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검사에게 영장청구 권한이 있기 때문에 수사권도 보장되고 이같은 수사권한을 뺏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다.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영장신청 주체를 검사로 명시한 헌법 12조3항과 16조를 근거로 들고 있다.
법무부 측 대리인으로 나선 강일원 변호사는 “검사가 인권을 보호하는 법률전문가여서 영장신청권을 주는 것”이라며 “이를 법률을 통해 상급기관에 지휘·감독 하에 두는 것은 안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장신청권한이 반드시 수사권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장을 신청하려면 사건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며 “영장신청을 할 경우 어느 정도 수사권을 (행사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인 장주영·노희범 변호사는 개정안으로 인한 검사의 권한 침해는 없다며 맞섰다.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소추권을 규정한 명문 규정이 없는 만큼 수사·공소제기의 주체와 권한 범위는 입법정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전형적인 입법사항으로, 개정안을 통해 수사권을 조정할 것일뿐이라는 입장이다.
국회 측은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소추권, 수사지휘권은 변동이 없다”며 “입법기관이 수사기관 내부의 권한을 조정하기 위해 개정한 법률이 검사의 권한을 침해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개정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합의와 이 법을 통해 개정한 법률에 기초하고 있고 당시 제시된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큰 틀과 방향성을 계승해 개정된 것”이라며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2대 범죄로 축소한 개정법률도 검사의 권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고 했다.
◇ “절차 잘못” vs “정당한 활동”…입법과정 정당했나
검수완박 법안의 입법절차가 정당했는지를 두고도 격론이 오갔다.
한 장관은 “개정안은 ‘위장탈당’ ‘회기쪼개기’ 등 잘못된 절차로 만들어져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정권 교체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이 범죄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잘못된 의도로 (법안이)만들어졌다”며 “범죄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잘못된 의도는 정말로 보름 남짓 만에 국회를 통과해 현실화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측은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4월 내 처리하는 것’을 4월12일 당론으로 채택한 뒤 불과 3주가 지난 시점에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점을 지적하면서 입법이 각계 의견수렴없이 독단적으로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4월30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5월3일 각각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청구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김석우 서울고검 검사는 “이 사건의 문제점은 바로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헌법절차를 위반해 국민에게 이익은커녕 불이익만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검사는 “공개된 토론과 논쟁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이며 다수결 원칙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절차적 논리”라며 “입법절차에서 소수자를 위한 모든 제도적 장치가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측은 법안 통과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이 ‘위장탈당’을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 절차를 무력화하고 본회의에선 ‘회기 쪼개기’를 통해 무제한 토론 절차를 형해화했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 본회의에선 법사위 대안이 아닌 고발인 이의신청권 배제조항이 포함된 수정안이 올라와 가결됐는데, 그 경위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입법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법무부 측은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로 재정신청권이 사실상 박탈되는 등 검수완박 법안으로 인해 수사와 공소기능에 공백이 생기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이 불송치할 경우 고발인 이의신청과 보완수사를 통해 바로잡는 것이 검수완법 법제하에선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이에 국회 측 대리인은 “고발을 남발하거나, 고발전문단체의 고발 등에 대해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고발인을 제외한 것”이라며 “검사가 불송치 기록을 송부받아 재수사를 요청할 권한을 여전히 가지고 있어서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면 불송치 결정에 대한 사법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국회 측은 입법절차는 정당한 입법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위헌이자 무효’라는 법무부 측 주장은 정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회 측은 ‘위장 탈당’ 주장에 대해 “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는 원칙에 따라 의정활동에서 정치적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이를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고 소수파 의견 개진을 무시했다고 하는 것은 헌법상 대원칙에 반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회기 쪼개기’에 대해서도 “회기의 결정은 국회 의결로 정하게 돼 있고 정기회 100일, 임시회 30일로 최대 기한만 있고 이를 줄이는데 제한은 없다”며 “국회에서 정당하게 상정해 회기결정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측은 ‘일부 정치인이 범죄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했다’는 법무부의 입장도 적극 반박했다.
국회 측 대리인은 “박홍근 의원이 제출한 법률안 제안 이유를 보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검사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 권력 남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며 “국민의 인권 보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측은 입법절차상 하자는 이로 인해 절차적 권한을 침해당한 국회 내 기관이 주장할 수 있는 것이지 법무부가 주장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라며 법무부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당사자로서 적격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권한쟁의심판 사건은 헌법재판관 9명이 심리에 참여해 이 중 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국회의 법률 제·개정 행위의 위헌 여부까지 구하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6명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법조계 의견도 있다.
법률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위헌법률심판 사건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위헌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헌재 재판관들은 심리 과정에서 재판관의 찬성 정족수가 몇명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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