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은 가운데 화재 발생 초기 스프링클러와 소화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소방대원들의 증언이 나왔다. 아울렛을 운영하는 현대백화점 측은 “스프링클러 등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찰 수사에서 소방시설 결함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방재시설을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스프링클러 고장 강하게 의심”
2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화재 초기 진압에 투입됐던 소방대원들은 스프링클러 고장을 강하게 의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소방대원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출동 당시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안 나와 물을 보충하려 했으나 송수구에 물이 들어가지 않았다”며 “스프링클러는 일반적으로 20분가량 작동하면 물탱크가 바닥나 외부에서 물을 공급해야 하는데 안 들어가 스프링클러 고장을 의심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출동한 다른 소방대원들도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측은 “소방대원들이 진입했을 때 지하 바닥에 물이 10cm 이상 차 있었다는 증언이 있다.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다고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일부 소방대원은 현장 진입 당시 바닥에 물이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화를 위해 뿌린 물이었을 가능성도 있어 스프링클러 고장 여부는 경찰 수사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지하주차장 내 설치된 옥내 소화전과 건물 바깥에 있는 옥외 소화전에 소방호스를 연결했지만,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활용하지 못했다는 현장 목격자와 소방대원의 증언도 나왔다.
유독가스와 연기 때문에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제연설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확인 결과 공기 주입 및 배출을 위한 소방 제연설비는 설치돼 있었다.
경찰은 이날 현장 감식 후 스프링클러 및 제연설비 작동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하역장 화물차 주변에서 최초 발화”
대전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10시 반경부터 화재 현장에서 3차례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불이 처음 목격된 1층 하역장을 중심으로 집중 감식이 실시됐지만 화재 원인을 밝힐 결정적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감식을 마친 경찰 관계자는 “지하 1층에 주차된 1t 화물차 및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해당 화물차는 모두 타 뼈대만 남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화물차 주변 잔해물을 수거해 국과수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감식팀은 28일 오전 감식을 재개할 방침이다. 이날 경찰은 화재로 숨진 희생자 7명에 대한 부검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인은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질식사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 윤 대통령 “할 수 있는 모든 일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족들을 만나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화재 현장을 둘러본 후 소방 관계자 등에게 “이 비극이 어떻게 발생했고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살펴 달라”고 당부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이날 합동분향소에서 유족을 만나 “깊이 사죄한다. 사고 수습과 유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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