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8개월째를 맞아 지구전, 소모전 양상을 띠고 있다. 고대로부터 전쟁은 ‘목숨을 담보로 한 또 다른 경제활동’이었다. 특히나 현대전쟁은 첨단과학과 산업이 어우러진 무기체계를 동원해 벌어지는 만큼 더더욱 그러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20세기 무기체계들의 대대적인 동원과 더불어 21세기형 무기체계들도 전장을 주도하고 있다. 공중전은 수호이, 미그 등 구소련의 무기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전폭기, 전투기들과 무인기들이 대거 동원돼 공중전 양상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명성을 드러낸 무인기들 중 으뜸은 튀르키예산 바이락타르 TB2(사진)이다. 바이락타르 TB2는 튀르키예의 바이카르사가 만든 중고도 전술 UCAV(Unmanned Combat Aerial Vehicle· 무인 전투기)이다. 이 무인기는 전장에서 러시아의 경비정, 탱크 등을 파괴하며 전술적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튀르키예는 TB2를 개발해 2019년부터 시리아 내전과 리비아 내전, 2020년 에티오피아 내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꾸준히 그 능력을 선보였다. 기술력도 높지 않고 방산에 있어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던 튀르키예가 만든 무인기가 세계 무인기 시장에서 이토록 활약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TB2 개발자인 셀추크 바이락타르(Sel¤uk Bayraktar)의 노력이 숨어 있다.
TB2의 개발을 주도한 셀추크 바이락타르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사위다. 그는 2000년대부터 무인기를 개발하고 전력화에 힘을 쏟은 무인기 전문가다. 바이락타르는 2014년 본격적으로 자신이 개발한 무인기를 튀르키예군에 대량 배치했다. 뛰어난 성능과 가성비가 튀르키예 군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에르도안의 사위가 된 것은 군에 배치가 완료된 2016년이다. TB2는 전과를 통해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얼마나 위력을 갖고 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무인기의 자세한 성능과 여기에 장착되는 튀르키예제 미사일인 UMTAS 대전차 미사일과 MAM 레이저 유도 폭탄, 70mm 시릿(Cirit) 로켓, BOZOK 레이저 유도 로켓 등 확장성을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TB2의 성능보다도 우리에게 타산지석은 1979년생 공학도이자 사업가가 개발한 무인기로 튀르키예의 방위산업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위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개인일 수도, 기관일 수도, 기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주체보다도 ‘반드시 해야 할 일’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방위산업의 선도는 교육을 밑바탕으로 대학이 선도해야 한다. 무기체계에 들어가는 다양한 기술들은 대학의 연구 역량에 원천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은 폴란드에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공급을 계기로 본격적인 성장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많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뛰어난 성능과 가성비 덕분에 잠재적 가치가 엄청나게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튀르키예가 세계 무인기 시장에서 힘을 키우고 몸집을 불려 나가듯이 우리도 미래 무기체계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방위산업 성장 플랜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투자 계획안에서 짜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국방장관은 각각 정조대왕함 진수식과 취임사에서 방위산업 육성 의지를 밝혔다. 방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방위산업이 한국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과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방위산업에 덧씌워진 ‘방산비리’의 굴레를 벗는 것도 중요하다. 방위산업의 가능성을 폴란드 수출에서 확인했지만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은 이제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에 불과하다. K방산이 반도체처럼 세계를 제패할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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