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울렛 화재 2차 합동감식…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핵심 쟁점으로
경찰, 화재현장-사무실 압수수색… “수신기 분석, 작동 여부 밝힐것”
출동 소방대원들 증언은 엇갈려… 희생자 7명중 1명 첫 발인 엄수
6명 유족은 “원인 규명후 장례”… 재개장까지 수개월이상 걸릴 듯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주차장 화재 원인이 미궁에 빠진 가운데 스프링클러에 물을 공급하는 물탱크 수위가 정상 수준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28일 밝혀졌다.
화재 발생 초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소방대원의 증언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이지만 아울렛을 운영하는 현대백화점 측은 “물이 사용된 만큼 자동으로 공급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화재 현장과 관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 ‘정상 수위’로 유지된 물탱크
대전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28일 오후 지하 1층 종합방재실과 기계실 등을 대상으로 2차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특히 스프링클러에 물을 공급하는 물탱크 2개 가운데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1개의 수위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감식을 마친 경찰 관계자는 “수압계를 확인한 결과 물탱크에 채워진 물이 정상 수위에 있었다”며 “애초에 사용이 안 된 건지, 사용하고 물이 다시 채워진 것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백화점 측은 “스프링클러가 가동돼 물이 사용되면 자동으로 채워지는 방식”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화재로 전기 공급이 중단됐던 만큼 자동 급수가 제대로 이뤄졌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합동감식팀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작동 기록 등이 담긴 수신기를 분석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50분경부터 압수수색에 들어간 대전경찰청은 스프링클러 작동 전자 기록 등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스프링클러 작동 기록이 담긴) 전자식 로그 기록과 현재 상태를 대조해 정상 작동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화재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 사이에서도 스프링클러 작동에 대한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채수종 대전소방본부장은 “진화 대원 중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하지만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는 보고도 들어왔다”고 했다.
한편 현대아울렛 대전점이 올 6월 소방점검에서 스프링클러와 관련해 4건의 불량 사항이 적발돼 시정조치를 받았던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다만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배수 관련 지적사항이라 시정이 안 됐다고 하더라도 화재 시 작동에는 문제가 없다”며 “작동에 문제가 있었다면 다른 원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 눈물 속 희생자 첫 발인
이날 오전 대전 충남대병원 장례식장에선 화재로 숨진 이모 씨(33)의 발인이 엄수됐다. 이번 사고 희생자 7명 중 첫 발인이었다.
이 씨의 친구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빈소 밖을 나서자 유족들은 흐느끼며 뒤를 따랐다. 상여가 운구차로 옮겨지자 유족들은 연신 “미안해, 미안해”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일부 유족들은 운구차를 붙잡고 “너 없이 내가 어떻게 살겠니”라며 오열했다. 다른 희생자 6명의 유족은 화재 원인 규명 등이 이뤄진 후로 장례를 미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울렛 재개장까지 수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입주 상인과 근로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입주 상인은 “가을과 겨울 상품을 대량 입고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날벼락을 맞았다”며 “의류의 경우 불에 닿지 않았더라도 냄새 때문에 판매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렛에서 일하던 근로자 1700여 명도 하루아침에 출근할 곳을 잃은 상황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희생자는 물론이고 입주 상인과 근로자 등에 대해서도 최대한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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