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동산의료원 ‘해외 의료나눔’… 키르기스스탄 환자 4명에 새 삶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30일 03시 00분


창립 125주년 기념 의료사업으로 심장병-구순구개열 등 수술 성공
인술 실천한 ‘제중원’ 정신 계승… 내달 15일부터 2차사업도 진행

27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 동산의료원 일반 병동에서 압디라이모바 케레메트 양이 아버지와 함께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은 구순구개열(입술 입안 갈림증) 수술 후 이날 외래 진료를 받은 주마베코프 아크바르 씨 가족이 병원 앞 벤치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27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 동산의료원 일반 병동에서 압디라이모바 케레메트 양이 아버지와 함께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은 구순구개열(입술 입안 갈림증) 수술 후 이날 외래 진료를 받은 주마베코프 아크바르 씨 가족이 병원 앞 벤치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수술 후 회복된 딸을 볼 때마다 정말 잘한 결정이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27일 오후 대구 달서구 계명대 동산의료원 17층.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압디라이모바 케레메트 양(7)이 병실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딸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아버지(50)는 몇 번이나 ‘정말 다행’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압디라이모바 양은 태어난 지 3일 만에 피가 역류하는 선천성 심장병 판정을 받았다. 아버지도 소아과 의사였지만 키르기스스탄에선 마땅히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했다. 그는 “6, 7세가 되면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지난해부터 백방으로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았다”며 “그러다 동산의료원의 의료 나눔 봉사 소식을 듣고 곧바로 지원했다”고 했다.

이날 의료진을 만난 압디라이모바 양은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짓는 등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통역을 담당한 정성진 국제의료팀 파트장은 “병원 사람들과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퇴원할 때 선물도 증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압디라이모바 양의 아버지는 “동산의료원의 최첨단 장비와 시스템, 우수한 의료진이 인상적”이라며 “특히 수술과 입원 치료의 모든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줘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또 “딸 수술 결과가 좋다”며 “헌신적으로 노력해준 의료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 동산의료원, 나눔 의료 봉사 활발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최근 해외 환자들을 대상으로 ‘나눔 의료 봉사’를 활발하게 펼치는 모습이다.

동산의료원은 이달 17∼30일 압디라이모바 양을 비롯해 산부인과 환자 자이치베코바 사다트 씨(51·여), 구순구개열(입술 입안 갈림증) 환자 주마베코프 아크바르(27), 주마베코바 베르메트(21·여) 씨 남매를 대상으로 무료 수술을 진행했다. 키르기스스탄 출신인 이 환자들은 권상훈 산부인과 교수와 최희정 소아청소년과 교수, 장우성 흉부외과 교수, 정운혁 성형외과 교수 등으로부터 수술을 받았고, 모두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법대 졸업 후 검찰에서 일하고 있다는 아크바르 씨는 “수술을 마치고 처음 거울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와’ 하고 감탄사가 나왔다”며 “집으로 돌아가면 빨리 배우자를 찾고 싶다”며 웃었다.

여동생 베르메트 씨는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3년째 전공 중이다. 그는 “그동안 숨쉬기가 참 불편했는데, 벌써 좋아졌다. 귀국하고 건강을 찾으면 자선단체에 참여해 기부를 시작할 생각”이라고 했다.

두 자녀가 하루 종일 수술을 받는 것을 지켜본 어머니 사틴디예바 나지라 씨(49)는 “이 순간만을 20년간 기다렸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찾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를 기도한다”며 “새 삶을 선물해준 의료진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했다.

이번 수술은 계명대와 동산의료원이 창립 125주년(2024년)을 맞아 진행한 ‘1차 나눔 의료 사업’으로 진행했다. 계명대와 키르기스스탄 사디코프 국립대는 2014년부터 상호 교류하고 있다. 동산의료원은 올 7월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해 사디코프대 국제처와 현지 병원의 도움을 받아 진료 후 수술 대상자를 선정했다. 수술 및 입원비를 비롯한 왕복 항공료, 체류비 등은 계명대 교직원들이 조성하는 ‘계명 1% 사랑 나누기’ ‘동산의료선교복지회’ 기금으로 마련했다. 다음 달 15∼28일엔 ‘2차 나눔 의료 사업’이 진행된다.
○ 인술 펼친 제중원 정신 계승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의료 나눔 활동은 병원의 역사와도 맥이 닿아 있다. 동산의료원은 1899년 미국인 의료선교사 우드브리지 존슨(1869∼1951)이 영남권 최초의 서양식 진료소인 ‘제중원’을 세우면서 출발했다. 존슨 선교사는 대구에서 처음 천연두 백신과 학질(말라리아) 치료제를 보급했고, 한센병 환자 구제 사업과 풍토병 치료에 앞장섰다.

제중원은 1903년 현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자리로 옮긴 후 ‘동산병원’으로 불렸고, 6·25전쟁 당시 경찰병원으로 지정돼 지역 의료를 맡았다. 1980년 계명대와 통합해 계명대 동산의료원으로 탈바꿈한 뒤에도 ‘나눔의 전통’을 잇고 있다.

동산의료원의 해외 봉사는 1990년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네팔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아이티 몽골 캄보디아 라오스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필리핀 등 11개국에서 의료진 670여 명이 총 3만1000여 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2020년 2월 대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했을 때는 병원을 통째로 비워 지역거점병원으로 치료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세엽 동산의료원장은 “옛 선교사들의 헌신적 봉사는 125년 병원 역사를 이끄는 정신”이라며 “앞으로도 의료진 모두 봉사의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더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해외 의료나눔#제중원#심장병#나눔 의료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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