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이 사망한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지하층 안전 관리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아울렛 측이 지하 1층에 170여 개의 격실(칸막이 방)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소방관들은 “미로처럼 복잡해 피해자들이 탈출구를 찾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가 서울시내 백화점 등 18곳을 점검한 결과 61%(11곳)가 지하주차장에 상자 등을 적재하며 사실상 창고로 활용하고 있었다.》
화재로 7명이 사망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 1층에 각종 사무실과 휴게실 등 170개 이상의 격실(칸막이 방)이 미로처럼 조성돼 있었던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특히 최초 발화지점 인근에 있던 1t 화물차의 시동이 화재 직전 10분 이상 켜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 “화재 현장, 미로처럼 복잡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점은 2020년 6월 개장 당시 지하 1층 3만9800m²(약 1만2000평) 가운데 주차구역 3만5000m², 기계실 및 전기실 600m², 판매시설 부속용도 4200m²로 준공검사를 받았다. 대전 유성구에 따르면 아울렛 측은 부속용도 공간에 170여 개의 격실을 설치해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와 사무실, 휴게실, 샤워실 등으로 사용했다.
소방당국도 지난달 29일 현장 수색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한 소방관은 “각종 격실이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며 “수색이 끝나고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맬 정도였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도 “지하 1층 구조가 미로처럼 굉장히 복잡했다”며 “창고에는 인화성 물질 같은 것도 있었다”고 했다. 화재 당시 종업원들이 미로 같은 구조 탓에 미처 탈출구를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유성구는 부속용도 공간 활용이 적법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유성구 관계자는 “부속용도 공간에 격실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인테리어 개념’으로 법적 제한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부속용도 면적을 확장하려면 사전에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부속용도와 관련해 우리에게 신고된 것은 없었다”며 “아울렛 측이 임의로 주차장 면적을 줄이고 부속용도 면적을 늘렸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화재 원인과 관련해선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지하 1층 하역장 주변 1t 화물차가 10분 이상 시동을 켠 채 하역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스에 가려져 있던 화물차 머플러(배기구)가 계속 가열되면서 불꽃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 “지하주차장 물품 적재는 불법”
지하주차장에 적재된 의류와 재고 상자 등이 이번 화재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동아일보 취재팀이 30일 서울 시내 판매시설 지하주차장 18곳을 점검한 결과 11곳이 물품 적재 공간이나 쓰레기 집하장으로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지하주차장에는 택배 상자가 성인 남성의 키 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상품 적재를 금지한다’는 안내문 옆에도 박스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금천구의 한 아웃렛 지하주차장에도 ‘적재 금지’ 문구가 붙은 벽 바로 앞에 종이상자 등을 천장 높이까지 쌓아두고 있었다. 물품을 배송하던 조모 씨(46)는 “항상 폐지와 박스 등이 쌓여 있다”며 “불이 나면 크게 번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주차장으로 허가받고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일반 창고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방화문이 닫혀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지하주차장은 화재가 발생하면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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