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보수 많은 10월, 고속道 작업자 사망사고 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4일 03시 00분


[보행자에 진심인 사회로]〈13〉고속도로 위 또다른 보행자
폭우피해 노면 복구-포장공사 집중… 작업자 사망사고, 10월에 22% 발생
운전자 주의 분산-졸음운전 등에 사고 80%는 작업차 뒷부분 추돌
“작업 알림판-시선 유도봉 적극 활용… 운전자도 안전 기본수칙 준수해야”

지난해 8월 경기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마성나들목 인근에서 25t 화물차가 안전관리 준비 중이던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숨지고 화물차 운전자와 작업자 2명 등 3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지난해 8월 경기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마성나들목 인근에서 25t 화물차가 안전관리 준비 중이던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숨지고 화물차 운전자와 작업자 2명 등 3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지난해 8월 11일 오전 경기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마성나들목(IC) 인근. 25t 화물차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다 작업장에 있던 다른 화물차 두 대를 들이받았다. 25t 화물차는 충돌 후 밀려나며 돌출차선 설치공사를 하던 작업자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숨지고 25t 화물차 운전자와 작업자 2명 등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에도 대구 달성군 달성IC 인근에서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은 승용차 운전자가 노면 보수를 진행하던 작업자 2명을 덮친 뒤 안전관리 차량까지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 2명은 모두 그 자리에서 숨졌다.

고속도로 위의 보행자라고 할 수 있는 작업자들은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은 운전자와 졸음운전 등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국도로공사(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작업장 교통사고는 △2019년 29건 △2020년 36건 △2021년 41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사망자는 △2019년 14명 △2020년 10명 △2021년 12명 등으로 계속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 전문가 “작업장 인근에선 전방주시”
3일 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 중에는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은 운전자가 작업차와 추돌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최근 3년간 일어난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 106건 중 85건이 작업차 또는 시설물을 뒤에서 들이받은 사고였다.

전문가들은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도로 위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사고 위험이 큰 만큼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속도로 작업장의 경우 인근을 지나는 차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때가 많다”며 “운전자 주의를 끌기 위한 알림판이나 시선 유도봉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작업장을 지날 때 비상등을 켜 주변 차량에 공사 중임을 알리는 ‘작업장 비상등 켜기’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교통정보전광판(VMS)을 통해 공사 중이라고 알리는 한편, 독수리 소리를 콘셉트로 한 작업장 전용 경고음 ‘EX-사이렌’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운행할 경우 작업장 인근에서는 반드시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고속도로에선 도로가 단조로워 주의가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안전벨트 착용과 정속운전, 안전거리 확보 등 기본적 수칙만 준수해도 작업장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10월, 연중 고속도로 작업장 사망자 최다

10월은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이다. 무더웠던 날씨가 선선해지고, 단풍철이 가까워지면서 차량 통행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10월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57명으로 연중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5월(48명)과는 9명이나 차이가 났다. 경찰 관계자는 “10월에는 나들이가 늘면서 고속도로뿐 아니라 모든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면서 여행 수요가 회복되는 추세다. 여기에 개천절 한글날 등 연휴가 이어지면서 통행량 증가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이 예년보다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4월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올 들어 8월까지 일평균 고속도로 교통량은 477만 대로 지난해에 비해 4.4% 늘었다.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도 10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여름철 폭우 이후 노면 복구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도로 포장 및 유지보수·점검이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부터 3년간 발생한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 사망자 36명 중 22%(8명)가 10월에 나왔다.
○ 전세버스 대열운행 단속 강화
공사는 이번 개천절 연휴부터 전세버스 통행량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8월까지 전세버스 일평균 교통량은 지난해에 비해 15.4% 증가한 상태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작업장 등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대형버스 대열운행 등 안전거리 미확보 사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또 고속도로 순찰대 등 유관기관과 함께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열운행이란 같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차량 여러 대가 줄지어 이동하면서 다른 차량이 끼어들지 못하게 간격을 좁혀 운행하는 것을 뜻한다.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고 앞차의 시야를 가릴 수 있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별취재팀
▽ 팀장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 김재형(산업1부) 정순구(산업2부) 신지환(경제부) 김수현(국제부) 유채연(사회부) 기자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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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작업자#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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