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한 중앙부처 소속 기관장이 청사에서 신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친 뒤 술자리를 주도해 물의를 빚고 있다.
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오후 2~4시 이 기관의 청사 회의실에서 신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직문화 개선 프로그램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겨울스포츠 컬링과 인사(人事) 관련 강의를 들은 후 오후 4시 반경부터 피자와 치킨 등을 먹으며 휴식 시간을 가졌다.
기관장 A 씨는 “지금부터 뒷풀이인데 왜 술이 없냐? 술을 가져오라”고 했고, 직원들이 맥주 10병과 소주 10병을 가져오면서 술자리가 시작됐다. A 씨는 “건배”를 외치며 직원들에게 술을 권했다고 한다. 이 자리엔 신규 직원들을 포함해 30명 정도가 있었고, 갑작스런 술자리에 당황한 일부 직원들은 슬며시 자리를 빠져나갔다.
한 참석자는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하면서 근무시간에 청사 내에서 술을 마시는 게 말이 되느냐”며 “조직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기관에 따르면 이날 술자리는 사전에 계획된 일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직원들이 대면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터라 직원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술을 하며 편하게 대화를 나누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당초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가서 회식을 할까도 했는데 신규자들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직원들과 협의해 간단한 술자리를 겸한 간담회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며 “신규 직원들의 애로사항도 듣고 하면서 분위기도 좋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술과 간식 구입에는 사비를 들였고,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아 준비한 술도 남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간담회 도중 나온 A 씨의 발언도 문제가 됐다. 참석자에 따르면 A 씨는 “현 정권에서는 (공무원) 인원을 축소하기 때문에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청 단위나 본부에 근무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근무하면 승진이 어려우니 어떻게든지 본청에 가서 근무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지방 근무자들의 사기를 꺾고 자신의 힘자랑을 하는 것처럼 들렸다”며 “공직사회가 술과 인맥, 눈치 등으로 이뤄지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방 근무자들 중에서도 본청 근무를 원하는 직원들이 있을 것 같아 그런 희망사항을 미리 알려주면 도움을 주려고 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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