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병원서 치료 못 받은 응급환자
다른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 늘어
재이송 이유 ‘전문의 부재’ 32%
“병원간 전문의 협력체계 구축을”
119구급차로 이송된 응급 환자가 첫 병원에서 치료를 못 받고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되던 중 사망하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추진 중이다.
4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19구급차가 환자를 재이송하는 과정에서 심정지·호흡정지에 빠진 환자가 올해 상반기(1∼6월)에만 200명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이송 중 심정지·호흡정지 환자는 2020년 221명이 발생했으나 지난해 279명으로 증가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도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재이송 건수는 2020년 7705건에서 지난해 7812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4171건에 달했다. 소방청이 집계한 재이송 사유 중 가장 많은 것은 ‘전문의 부재’로 1325건(31.8%)이었다. 병상 부족(903건, 21.6%), 환자·보호자 변심(188건, 4.5%) 등이 뒤를 이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재차 옮기다 환자가 숨지는 경우가 꽤 있다”고 밝혔다. 올 8월 서울아산병원에서도 간호사가 출근 직후 뇌출혈 증상으로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한 바 있다. 당시 필요한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휴가 등으로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아산병원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 확충 추진단’을 꾸리고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인력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대책의 일환으로 중증, 응급수술 등 기피 분야의 의료 수가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병원이라도 세부 진료 분야 전문의가 모두 상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병원별 협력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허탁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각 지역 병원들이 유기적인 전문의 협력 근무체계를 구축해 환자가 처음부터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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