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법인택시 기사들이 적은 수익 탓에 택시 기사들이 배달, 택배 등 업계로 떠나며 10대 중 3대만 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서울시가 택시요금과 심야 택시 호출료 인상 방침을 밝혔지만 택시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택시 기사의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심야 택시난의 실질적인 해법으로 전액관리제(월급제) 전면 재검토와 택시 리스제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강력 요청하고 있다.
그동안 법인택시 기사들은 통상 사납금을 회사에 지불한 후 남은 수입을 가져가는 구조였는데 택시기사의 생활 안정, 서비스 질 제고 등을 목적으로 2020년1월부터 ‘전액관리제’를 전면 시행했다.
전액관리제는 회사가 기사들의 수입 전액을 관리하고 월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3년 가까이 이 제도를 시행한 결과 4대 보험 등 간접비 증가와 과세로 인해 실질 소득이 감소하며 법인택시 기사 약 1만명의 줄퇴사로 이어졌다.
월 수입 500만원을 기준으로 전액관리제 시행 이후 기사들의 실질 소득이 오히려 70만~100만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기사들이 업계를 떠나기 시작했고, 법인택시 평균 가동률은 2019년 50.4%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32%로 급감했다.
서울 법인택시 2만2000대 중 실제 운행 중인 택시는 7000대로 3분의 1 수준이다. 7500대는 차는 있는데 기사가 없고, 나머지 7500대는 법인택시 업주가 비용을 부담해 폐차시키고, 휴업 신고해 면허만 있는 상태다.
이에 서울시는 전액관리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가 전액관리제 시행 실태조사를 한 결과 운수사업자의 90.8%, 운수 종사자의 64.7%가 전액관리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전액관리제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인력 유입을 위해서는 운수사업자와 종사자(택시 기사) 모두 ‘리스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도 택시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5000~6000대의 추가 공급이 필요한데 멈춰 선 법인택시를 운행할 종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리스제가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택시 리스제는 법인택시 회사가 운송사업 면허와 차량을 택시 기사에게 임대하고, 일정 금액을 리스비로 받는 제도다. 기사가 월 650만원의 수입을 올릴 경우 회사에 리스비를 월 160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주유비를 본인이 부담하더라도, 전액관리제 적용 때보다 기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100만원가량 늘어난다.
개인택시와 마찬가지로 연소득 8000만원 이하일 경우 비과세가 적용되는 점도 기사들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서울시는 보고 있다.
다만 법인택시 리스제에 대한 개인택시 업계의 반감이 크다. 개인택시 입장에서는 법인택시가 늘어나면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반길 이유가 없다.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고, 택시 기사의 운행 부담이 커지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며 “전액 관리제 관련 이해 관계자의 의견이 다양하고, 노조 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며 “특정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긴 어렵고 노조와 전문가, 지자체가 다같이 참여해 논의해보자는 시작점 정도”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기본요금 1000원 인상만으로는 심야 택시난을 막을 수 없다며 리스제와 전액관리제 전면 재검토를 강력 주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 개인택시 4만9000대중 절반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운행 중이라 요금 인상이 심야 운행 유인책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우선 택시 6000대를 활용해 2년간 한시적으로 심야 시간대에만 리스제를 도입하는 ‘규제 샌드박스’(실증 특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청해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인택시 기사 중 65세 이상이 많아 요금을 올리더라도 심야 시간 운행을 꺼린다”며 “택시기사에 더욱 젊은 층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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