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013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진입해 수색한 것은 위법하다며 정부가 496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1부(부장판사 김창형 당우증 최정인)는 민주노총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496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경찰은 2013년 12월22일 당시 파업 중이던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이들이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서울 중구 소재 경향신문사 건물을 봉쇄하고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 진입해 수색했다.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경찰이 강제진입을 시도한 것은 1995년 민주노총 설립 이래 처음이었다.
조합원 약 700~800명은 경찰을 막기위해 건물 입구를 겹겹이 에워싸고 현관 유리문을 안쪽에서 잠갔으나, 경찰이 강제 진입하면서 유리문이 파손되고 사무실 문, 집기 등이 망가졌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수색영장 없이 건물에 진입했다며 위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 약 666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은 “경찰이 체포영장의 집행을 위해 타인의 주거 등에서 하는 피의자 수사는 영장주의 원칙의 예외로 그 필요성이 있을 경우 허용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경우 타인의 주거나 건조물이라도 영장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216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건이 반전됐다.
대법원은 헌재 결정에 따라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문제가 된 수색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개정 조항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해당 행위는 헌법상 영장주의를 위반해 영장 없이 타인의 건조물을 침입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또한 “법 집행기관으로서의 수사기관이 영장집행 직무를 수행하면서 수색영장 없는 수색에 관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직무집행상의 과실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기관으로서는 체포영장에만 근거해 건물에 진입할 경우 상당한 반발 및 충돌이 있으리라 예상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그런데도 수사기관은 만연히 체포영장 집행을 이유로 해 현관 유리문을 부수고 건물에 강제 진입했고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민주노총이 약 469만원을 초과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배상 책임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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