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규제개혁 첫 단추… ‘그림자 규제’ 혁파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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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조달청장

이종욱 조달청장
이종욱 조달청장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조달 제도와 절차가 신생 벤처기업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비용을 들여서라도 입찰 대행업체를 이용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얼마 전 해외조달시장 진출 유망기업 간담회에서 나온 하소연이다. 기술력이 검증된 국내 조달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국내 조달시장 진입 장벽을 토로하는 신생기업 대표의 뜻밖의 고민에 당혹감이 들었다.

지난달 민관합동 ‘조달현장 규제혁신위원회’에서는 조달청 제조업체로 등록하기 위해 최소 1인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 규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대표가 직원 없이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왜 제조업체로 인정해 주지 않느냐”는 정보기술(IT) 업계의 불만을 수용한 조치다. 이 규정은 일반 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돼 대부분 1인이 운영하는 IT 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 규정은 법령 개정 없이 조달청 기준 개정만으로도 개선이 가능해 이달부터 소프트웨어 기술 자격을 갖춘 대표자 1인 기업의 제조업체 등록을 전면 허용했다.

신생기업에 공공조달시장 진입 여부는 생존의 문제다. 기술 개발, 특허 취득, 제품 개발과 상용화 등 일련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실제 매출로 연결되는 마지막 관문(Finish Line)인 것이다.

축복의 자리가 되어야 할 마지막 관문 앞에서 제조업체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한 조달 규정은 숨 가쁘게 달려온 신생기업에 또 한 번의 좌절을 안겨준다.

이처럼 조달분야 규제는 법령에 근거한 명시적 규제 못지않게 규정, 지침이나 업무 관행에 숨어 있는 소위 ‘그림자 규제’의 영향이 지대하다. 기업이 겪는 고충의 대부분이 입찰 자격, 계약 조건 등 복잡한 조달 절차와 관행 속 그림자 규제에 발이 묶여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현장·체감·대안’의 3대 원칙하에 불합리한 업무 처리, 부당한 비용 전가 등 조달 현장의 관행적 규제를 발 빠르게 발굴해 개선하고 있다. 7월 민관 합동 조달현장 규제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국민 공모, 전문가·기업 간담회 등을 통해 최종 138개의 규제혁신 과제를 발굴했다.

이 가운데 ‘비용·시간·서류’의 3대 부담을 줄이고 조달기업이 즉시 체감할 수 있는 22개 과제를 우선 추진 중이다. 관행적으로 매년 제출하던 시험성적서를 납품검사로 대체해 한 해 수억 원의 발급 비용을 경감하도록 했다.

방역 등 긴급수요물자 목록화에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고, 모든 입찰자에 요구하던 외자입찰 해외공급증명서를 최종 낙찰자만 제출하도록 간소화했다. 선정된 과제들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개선하고 있다. 138개 과제 중 나머지 과제들도 기업 활력 제고, 진입장벽 완화 및 신산업 혁신 지원에 중점을 두고 연말까지 개선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연간 184조 원이 거래되는 조달시장은 신생 벤처기업이 마음껏 뜻을 펼치고 세계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무대가 돼야 한다. 규제혁신으로 이루어 낸 역동적 조달시장이 우리 경제 반등을 위한 버팀목으로, 나아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원동력으로 작동하도록 조달현장의 그림자 규제 혁파에 조달청이 앞장서 뛰겠다.

#규제개혁#그림자 규제#이종욱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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