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이후 한 달, 민락수변공원 피해 여전…“월파방지시설 조성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6일 14시 25분


“성난 바다에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제발 피해가 없게 해달라고 비는 수밖에요.”

11호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지 한 달이 지난 5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의 한 횟집. 15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임모 씨(46)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11호 태풍 힌남노의 상륙했던 지난달 6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한 횟집의 모습. 가게 유리창과 내부 집기류가 파손되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태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11호 태풍 힌남노의 상륙했던 지난달 6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한 횟집의 모습. 가게 유리창과 내부 집기류가 파손되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태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11호 태풍 힌남노의 상륙했던 지난달 6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한 횟집의 모습. 가게 유리창과 내부 집기류가 파손되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태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11호 태풍 힌남노의 상륙했던 지난달 6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한 횟집의 모습. 가게 유리창과 내부 집기류가 파손되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태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 ‘힌남노’ 이후 한달… 여전히 쑥대밭
2016년 ‘차바’ 등 2차례의 태풍은 임 씨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집채만 한 파도가 호안시설 용도로 조성된 수변공원을 넘어 가게를 덮치면서 유리창이 파손됐던 것.

임 씨는 이번 ‘힌남노’ 상륙 전 400만 원을 들여 유리창에 나무합판을 덧대는 등 대비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통하지 않았다. 바닷물이 덮친 전면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났고, 가게 내부의 수족관도 부서졌다. 임 씨는 “광어 등 300만 원어치의 물고기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으나 태풍 후 전기가 끊기면서 적정 온도의 해수를 공급하지 못해 모두 폐사했다. 가게 복구공사를 한 15일간 영업을 못해 피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한 달여가 흐른 5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의 모습. 여전히 피해복구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 어수선하다.  보도블럭 등이 깨진 채 방치돼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한 달여가 흐른 5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의 모습. 여전히 피해복구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 어수선하다. 보도블럭 등이 깨진 채 방치돼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지난달 6일 상륙한 ‘힌남노’의 후유증 역시 여전하다. 부산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인 민락수변공원 일대는 특히 어수선했다. 임 씨 가게 옆 상점은 내부 기물 파손 등으로 이른 시일 내 영업재개가 어려운 듯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 놓인 대리석들은 곳곳이 떨어져 나갔고, 파손된 공중화장실 앞에는 ‘한시적 폐쇄’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한 달여가 흐른 5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의 모습. 여전히 피해복구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 어수선하다. 내부가 파손된 공중화장실의 출입이 통제됐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한 달여가 흐른 5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의 모습. 여전히 피해복구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 어수선하다. 내부가 파손된 공중화장실의 출입이 통제됐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임 씨를 비롯한 일대 상인들이 태풍 때마다 고육책을 쓰고 있지만 월파 피해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민락수변공원 반경 500m 내 2000여 가구의 아파트 단지 주민들도 태풍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이 때문에민락수변공원 일대 태풍 피해를 막는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기립식 방파벽 또는 TTP 등 조성 추진

수영구는 일대의 월파 피해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방재시설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먼저 민락수변공원 앞 바다밑에 사각 콘크리트 블록 형태의 테트라포드(TTP)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TTP가 방파제 역할을 해 육지로 덮치는 파도의 크기를 줄이려는 것이다. 현재 수변공원에서 50m 떨어진 바닷밑에 500m의 해안을 따라 TTP가 조성돼 있다. 수영구는 수변공원에서 바다 방향으로 30m 떨어진 곳에 TTP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이 사업에는 약 3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으로는 경남 마산항에 설치돼 힌남노 때 위력을 발휘한 ‘기립식 방파벽’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 민락수변공원과 상가 사이에 2~4m 높이의 방파벽을 설치하는 것으로 사업비는 200억 원대다. 마지막은 ‘고정형 방파벽’ 설치로 150억 원을 투입해 높이 4m의 콘크리트 벽을 세우는 것이다. 수영구 관계자는 “TTP 추가 설치안은 예산 부담이 크고, 기립식 방파벽은 유지보수비가 많이 들고, 콘크리트 벽은 조망권 문제로 주민과 상인이 반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영구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방재시설 조성 사업 방향을 결정지을 예정이다.

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바닷속에 있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민락수변공원 위로 떠밀려 올라왔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바닷속에 있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민락수변공원 위로 떠밀려 올라왔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하지만 사업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행정안전부의 ‘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이 초기 단계라고 수영구는 밝혔다. 구는 현재 일대에 대한 ‘위험지구 지정’을 신청해 정부로부터 지정 승인을 받은 상태다. 실제 사업비를 투입해 착공에 나서는 데만 최소 3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총사업비의 50%는 국비로 지원되지만, 나머지는 시와 구가 절반씩 내야한다. 예산 부담 이 커 사업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수영구는 수백억 원을 투입해 더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한 침수 우려지역 2곳의 ‘위험지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이 끝나야 수변공원 방재시설 공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수영구 관계자는 “당초 2027년 계획이던 수변공원 방재시설 조성 사업 착수를 2025년에는 추진되게 서두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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