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8일 서울에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11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다. 특히 강남지역은 시간당 116mm의 기록적 폭우가 내리며 곳곳이 침수됐다. 강남 외에도 도심 여러 곳이 물에 잠겨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 서초구 등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폭우 피해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빗물의 양을 대폭 늘리는 내용을 포함한 종합 수방대책 ‘수해안전망 추진전략(2022∼2032)’을 6일 발표했다. 폭우 직후 오세훈 시장이 강남 등 침수 취약지역 6곳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후 전문가 자문과 공개토론회 등을 거쳐 후속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 시간당 110mm 내려도 처리 가능토록
시는 2012년부터 서울 전역에 동일하게 적용 중인 ‘방재성능목표’(시간당 처리 가능한 최대 강우량)를 10년 만에 올리기로 했다. 목표치를 기존 시간당 95mm에서 100mm로 상향했는데, 침수 취약지역인 강남역 일대는 110mm까지 높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설치되는 모든 방재시설은 시간당 100∼110mm의 폭우를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지역별 목표치도 세분하기로 했다. 각 지역의 호우빈도, 침수면적, 유동인구, 하천 처리 능력 등을 고려해 100∼110mm 범위에서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일종의 ‘지하 물탱크’인 대심도 빗물터널도 확대한다. 2032년까지 약 1조5000억 원을 투입해 6곳에 총 18.9km 길이의 빗물터널을 구축할 계획이다. 약 1조2000억 원을 투입해 낡고 오래된 하수관을 정비하고, 빗물을 하천으로 퍼내는 빗물 펌프장도 증설할 방침이다.
방재시설 안전망도 강화한다. 이번 폭우 때 맨홀에 빠져 사망사고가 났던 것을 감안해 연말까지 침수우려지역 맨홀 1만 곳에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한다. 2023년 5월까지 전 지하철역사 출입구에 차수판(물막이판)도 설치하기로 했다. 지하주차장 등에 물막이 시설을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한다. 침수 발생 시 물을 퍼내는 양수기를 가까운 곳에서 쉽게 대여할 수 있도록 내년 장마철 전까지 양수기 1만9000여 대를 동주민센터 등에 확대 배치할 방침이다.
○ 첨단기술 적용해 신속 정보 전파
시는 이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수방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도로, 반지하 주택 등의 침수 상황을 IoT 감지기로 파악해 문자메시지 등으로 대피 경고를 하는 ‘스마트 경고시스템’과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한 ‘침수 예·경보제’를 내년에 시범 도입한다. 시 관계자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AI)으로 데이터를 자동 분석·예측하는 수방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첨단기술을 활용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반지하 등 침수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안전대책도 강화한다. 장애인과 홀몸 어르신 등 빠른 대피가 어려운 가구에는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집중호우가 내릴 때 대피를 도울 방침이다.
한유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많은 예산이 들어가더라도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만큼 안전시설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