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권침해 무서워 보험 가입하는 교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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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의 폭행-성희롱 등 늘자 교사 7000여명 ‘교권침해 보험’ 가입
가입자 74% 女… “비상시 안전장치”
공적구제 조건 까다로워 유명무실 “교권보호 제도 한계에 사보험 의존”

서울의 7년 차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지난해 교권침해 대비 보험에 가입했다. 동료 교사가 학생의 계속된 욕설에 스트레스를 받아 통원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본 뒤였다. A 씨는 “병원 치료 외에 학부모 민원 등의 이유로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도 생긴다”며 “그럴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교권침해가 늘면서 교권침해 보험 가입도 증가하고 있다. 올 9월 기준 교사 7025명이 이런 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 학생 스토킹에 보험금 받는 교사
교권침해 보험은 하나손해보험이 운영하는 ‘교직원안심보험’ 상품에서 특약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 월 2000원 정도를 추가하면 가입할 수 있다. 각 학교가 운영하는 교권보호위원회가 교권침해 사실을 인정하면 교사들은 최대 1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6일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받은 ‘교직원 안심보험 가입 및 보험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477명이던 교권침해 특약 가입 교사는 2019년 4283명을 거쳐 지난해 6739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9월에 이미 7000명을 넘었다. 특약 가입자의 74.4%(5232명)가 여성이다.

2018년부터 올 8월까지 4년 8개월 동안 교사 297명이 교권침해 특약으로 보험금을 받았다. 지급 금액은 7억7100만 원이었다. 2018년 한 해에 8명에 그쳤던 보험금 수령자는 2019년 95명까지 늘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 62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79명이 교권침해 보험금을 수령했다.

보험금을 받은 교권침해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폭언이 1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명예훼손(63건) △지시불응 및 위협(42건) △폭행(21건) △성희롱(19건) 순이었다. 심지어 학생의 스토킹으로 인해 1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 간 교사도 한 명 있었다.
○ 늘어나는 교권침해에 “공적보상 늘려야”
교육계에선 교권침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교사 개인이 사보험으로 대비하는 것이 문제라는 반응이 나온다. 학생 및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는 2020년 1197건이었던 게 지난해 2269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1학기에만 1596건이 발생해 2학기를 포함하면 연 3000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교사가 교권침해로 인한 병원비나 소송비를 공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존재한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교권침해를 인정하면 교사는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병원비를 받을 수 있다. 학부모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때는 각 시도교육청이 가입한 교원배상책임보험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학교안전공제회는 입원비만 지원해 준다.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교원배상책임보험은 각 시도교육청별로 보상 범위가 다른 데다 교원의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지급되지 않는 등 지원 조건도 까다롭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공공 영역에서 교권침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 보니 교사들이 각각 사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배상책임보험의 보상 범위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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