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부담에 행사상품 찾아 발품
“인터넷 최저가보다 싼 상품 많아”
행사 실시간 조회 사이트도 등장
“생리대 대형 16개들이 한 묶음 정가가 7100원인데, 편의점에선 ‘1+1’로 32개를 8500원에 살 수 있거든요. 개당 180원가량 싼 건데 발품을 팔 만하지 않나요.”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대학생 조현미 씨(23)는 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 씨는 최근 생활필수품을 사기 위해 집 앞에 있는 도보 1분 거리의 편의점을 두고 15분 이상 걸어야 하는 편의점으로 ‘원정 구매’를 다닌다. ‘1+1’ 등 행사 상품을 사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것. 조 씨는 “물가가 올라 생필품 몇 개만 사도 5만 원이 넘는데 찾아보면 인터넷 최저가보다 싼 편의점 행사 상품이 꽤 있다”고 했다.
최근 고물가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저렴한 편의점 행사 상품을 찾아 발품을 파는 ‘편의점 원정 구매족’이 늘고 있다.
편의점 행사 상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조회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등장했다. 이 사이트는 편의점별로 어떤 품목을 할인하는지, 어떤 카드를 쓰면 할인 받을 수 있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행사를 통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상품에는 ‘개꿀’ 표시를 붙여 추천한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대학생 김채원 씨(21)는 “약속이 있으면 아침에 미리 인터넷 사이트에서 행사 상품을 파는 편의점을 확인하고, 근처로 만남 장소를 잡아 매장을 찾기도 한다”고 했다.
편의점을 알뜰하게 이용하려는 이들은 ‘1+1’ ‘2+1’ 상품 구매 시 추가 증정품을 바로 가져가지 않고 원할 때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도 활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GS25 ‘나만의 냉장고’와 CU의 ‘포켓CU’ 앱 가입자는 각각 1500만 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100만∼200만 명씩 늘었다. 대학생 박다현 씨(23)는 “편의점에서 저렴한 ‘1+1’ 상품으로 허기를 달래는 일이 많은데, 앱을 활용하면 남은 식품을 나중에 가져갈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편의점 업계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할인행사 상품을 늘리는 추세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덤’을 주는 행사 상품이나 대용량 생필품을 구매하는 소비 경향이 뚜렷하다”며 “이달에는 1년 전보다 20% 많은 1500여 종의 상품에 대해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고물가에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원래 접근성과 편리함 때문에 주로 이용하는데, 물가가 오르다 보니 소비자들이 먼 거리까지 편의점을 찾아가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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