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짠 것처럼…” 연금개혁 입닫은 국감 [기자의 눈/유근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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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정책사회부
유근형·정책사회부
“준비를 많이 했는데 여야 모두 의원들의 질의가 거의 없어서 의아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부터 5일부터 이틀 동안 국정감사를 받은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6일 이렇게 말했다. 이번 국감에서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연금 개혁 문제가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4명의 복지위원은 이틀 동안 각각 5, 6번의 질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이를 지켜본 한 소장파 연금학자는 “여야가 짠 것처럼 가장 중요한 연금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라며 “여야 모두 비겁하고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집권 여당 안팎에선 이번 국감에서 연금개혁이 이슈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강하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25%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국민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연금개혁을 주도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 복지위 관계자는 “여소야대라는 정치 구도상 2024년 총선 전에는 개혁이 힘들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여론도 부담이지만,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꾸려진 상황에서 여당이 국감에서 정부를 꾸짖기는 어렵지 않나”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야당이 연금개혁에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 민주당 소속 복지위 관계자는 “정부를 상대로 질의를 해도 복지부로부터 ‘열심히 하겠다’는 말 이상을 듣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연금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해도 언론의 주목을 받기 어렵고, 여론만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소극적인 태도는 정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5일 국감에서 “연금개혁 정부안을 내년 10월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연금제도의 재정안정성을 평가하는 재정추계 결과를 보고 난 뒤 개혁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금학계에선 내년 10월에 정부안이 나오면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개혁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10월까지 연금개혁안 없이 버티겠다는 건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 늦게 시작할수록 2057년으로 예상되는 연금 고갈 이후 미래 세대가 겪게 될 고통과 혼란만 커질 뿐이다. 여야 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남은 국감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연금개혁 논의에 임하길 기대한다.

#연금개혁#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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