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의 감기약 품절 사태 재발을 막겠다며 정부가 구축한 감기약 신속대응시스템이 한달여간 이유없이 중지되었다가 최근 두달간은 유명무실하게 운영된 것이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초 코로나 19 환자가 급증해 감기약, 특히 시럽제 감기약 품절사태가 발생하자 3월부터 ‘감기약 신속대응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수급 현황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그런데 7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이를 갑자기 중단했다가 다시 여는 등 일관성 없이 운영했고 운영 효과도 거의 없었다.
김 의원은 “7월 들어 갑자기 모니터링을 중단했고, 감기약 수급 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다. 그후 8월 8일부터 감기약 신속대응시스템을 재개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6일까지의 의약품 공급안내 시스템 상황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타이레놀의 원료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한 106건의 공급 요청에 모두 공급불가품목으로 확인된다. 신속대응시스템이 재개된 지 60일이 되어가지만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8월 12일자 식약처 감기약 수급 관련 보고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증상완화에 사용되는 감기약은 181개사, 1839 품목(8월1일 기준)이라고 보고되어 있다. 그런데 그중 선호도가 높은 특정 품목에 대해 ‘공급 불균형 발생 가능한 상황’이라고 보고됐다.
특히 자료에는 ‘감기약 대응시스템’ 운영결과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31개 품목 중 21개(67.7%), 이부프로펜 23개 품목 중 21개(91.3%)가 ‘공급곤란’으로 1차 확인되었다고 되어 있다. 이는 이미 8월부터 정부가 감기약 공급 불균형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을 뜻한다.
김민석 의원은 “10월 6일 기준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한 106건의 공급 요청에 모두 공급불가품목로 나오는 것은 8월부터 공급 곤란을 알면서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의원은 아울러 “일부에서는 타이레놀을 만드는 한국 얀센의 한국 공장 철수로 공급 불안정이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식약처 보고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약이 31개 품목에 있다”면서 공장 철수를 문제의 원인으로 보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도 개선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김민석 의원은 보았다.
지난 8월 12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감기약의 사용량-약가 연동제 적용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특정 약의 사용량 증가시 가격을 인하하는 제도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생산을 늘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도록 수급불균형 약품에는 이 제도 적용을 주의해야 한다.
김 의원에 따르면 그후 식약처는 관계 기관에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감기약 수급 대응 관련 알림’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또 민관협의체 등을 통해 (감기약 수급 대응을) 논의하여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민관협의체 회의는 단 1차례 진행되었다.
김 의원은 “일시적인 공급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밝혔던 대로 사용량-약가 연동제 적용을 조속히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 제18조를 들며 “위기대응 의료제품을 생산, 수입하도록 식약처장에게 검토를 요청하고, 생산자에게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의원은 독감 환자 수가 지난 9월2주 1000명당 5.1명이 되며 이미 독감주의보가 발령된 데다 인플루엔자(독감)와 코로나19의 동시유행이 목전인 현재 빨리 이런 정책을 펴야 한다면서 “정부의 무능을 약국에, 약사들에게,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불편함으로 돌려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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