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1일 오후 11시, 울산의 한 경찰서에 30대 여성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여성이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기 전에 전화는 끊겼고, 경찰은 곧바로 핸드폰 위치 추적에 나섰지만 정확한 장소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 사이 여성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고 경찰은 범행 2시간 후 가해 남성이 자수하면서 위치를 확인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 여성은 통신 3사(SKT·KT·LG U+)가 아닌 ‘별정통신사’에 가입한 핸드폰, 이른바 ‘알뜰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 ‘휴일·야간’ 위치 조회 어려워
긴급구조기관인 경찰이나 소방으로부터 개인위치정보 제공 등의 요청이 있으면 통신 3사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와이파이(WI-FI) 방식을 이용해 24시간 위치를 확인하고 가입자 정보도 제공한다.
하지만 알뜰폰 사용자는 신변의 위협이나 스토킹 등 위기상황을 신고해도 정보 확인이 어렵다. 가입자 정보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7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통신 3사를 통해 유통되는 단말기는 통신사의 전용 위치 추적 프로그램이 있어 곧바로 위치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알뜰폰 중 일부는 단말기에 해당 프로그램이 없어 별정통신사로부터 위치 정보를 받는다고 해도 정밀한 위치 확인이 안된다. 통신 3사를 통해 위치 확인을 하기도 하는데 기지국 기반의 대략적인 위치 정보만 알 수 있다.
경찰과 소방은 별정통신사로부터 받은 피해자 정보를 이용해 정확한 위치 정보를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마져도 당직 근무자가 적은 늦은 밤이나 휴일에는 위치 정보를 빠르게 받을 수 없다.
● 전문가 “사용자 조회 시스템 구축 필요”
경찰은 2년 여 동안 알뜰폰 사용자의 이름·전화번호·주소 등을 곧바로 수신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2020년부터 ‘알뜰폰 사업자 통신자료 송수신용 QR코드 전자팩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첫해 4억4600만 원이던 예산이, 2021년 1900만 원으로 23분의 1 수준으로 삭감됐다. 올해 다시 5억9900만 원으로 증액됐지만 10월 현재까지도 시스템은 구축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와 일일이 협업을 거쳐야하고 추가 기술개발도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알뜰폰 사용자의 위치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알뜰폰 통신사도 직접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무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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