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10시경 서울 강남역 인근 한 대형 클럽. ‘불금’을 즐기는 인파 속으로 경찰, 소방, 구청 등에서 모인 합동 마약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최근 3개월 동안 직원 등의 관여 하에 마약이 유통 중이라는 정황과 제보가 있던 곳이었다.
경찰 등은 ‘던지기 수법’(특정 장소에 숨기면 구매자가 찾아 가는 수법)으로 거래가 이뤄진다는 첩보에 따라 물품보관소, 소화전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또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마약 관련 물품이 있는지 확인했다. 이날 51명이 투입돼 클럽 4곳을 대상으로 단속을 진행했지만 이날 마약 투약·유통 정황은 단 한 건도 발견하지 못했다.
최근 검찰과 경찰은 앞다퉈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단속에 나서는 모습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올 8월 “마약이 이미 우리 생활 주변까지 침투했다”며 전국 유흥가 대상 마약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이날 강남역 일대 단속도 그 일환이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7일 취임 후 첫 월례회의에서 “최근 마약류 범죄가 임계점을 넘은 상황”이라며 경찰청, 관세청, 해양경찰청 등과의 전방위적인 합동수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뒷북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진즉에 수사기관을 포함한 범정부적인 접근이 있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 마약 청정국 지위도 이미 상실됐다”고 했다. 법무법인 진실 박진실 마약전문 변호사도 “2019년 버닝썬 사태 이후 마약사범이 급증했지만 정부 대응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 단속 위주의 현행 수사방식이 진화하는 마약 범죄에 뒤쳐져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최근에는 주로 다크웹을 통해 마약이 유통되는데 국내 수사기관의 대응은 20년 전에 머물러 있다”며 “온라인 잠입수사 도입 등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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