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루엔자(독감) 의심환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영유아를 중심으로 ‘메타뉴모 바이러스 감염증’ 등 신종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여러 호흡기 감염병들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멀티데믹’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9월 다섯째 주(9월 25일~10월 1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 비율이 7.1명으로 집계됐다. 독감 의심환자란 38도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과 함께 기침 또는 인후통 증상이 있는 사람이다. 9월 넷째 주(9월 18~24일)에는 이 수치가 4.9명이었는데 한 주 사이 44.9% 증가했다. 앞서 9월 둘째 주(9월 4~10일)에 이 비율이 5.1명으로 집계돼 올해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4.9명)을 넘자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16일 이례적으로 9월에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독감 외에 다른 호흡기 감염병 환자도 늘고 있다. 9월 다섯째 주에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 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는 94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21년 9월 26일~10월 2일) 입원 환자 320명의 약 3배에 이른다. 질병청 관계자는 “특히 메타뉴모 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 등이 영유아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뉴모 바이러스는 영유아에게 급성 중이염과 결막염, 천식 등을 유발한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입원한 환자는 지난해 9월 다섯째 주 기준으로 1명도 없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296명에 달했다. 영유아에게 모세기관지염과 폐렴을 일으키는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에 감염돼 입원한 환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 4명뿐이었지만 올해는 287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인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그동안 독감이 유행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질병청 관계자는 “독감에 걸려 자연면역을 얻은 이들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활동량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자 다시 독감 환자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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