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길 인근 레이더부대” “아들 2주간 ORI 훈련”… 軍기밀 줄줄이 새는 인터넷 커뮤니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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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병사 가족-지인들 가입 軍카페
면회 후기에 부대위치-일정 등 올려
국방부 “사찰 우려 모니터링 안해”
전문가 “면회 정보공유 자제해야”

‘군 장병 가족 및 지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부대별 방문 후기가 공유되는 모습. 링크를 클릭하면 찾아가는 방법과 사진 등이 담긴 후기를 볼 수 있다. 포털 사이트 화면 캡처
‘군 장병 가족 및 지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부대별 방문 후기가 공유되는 모습. 링크를 클릭하면 찾아가는 방법과 사진 등이 담긴 후기를 볼 수 있다. 포털 사이트 화면 캡처
“그린파인레이더 ○○○ 감시대 다녀왔어요. △△△ 지나서 2차선 해안길을 5km 따라가면 부대 건물이 보여요.”

10일 군 병사 가족과 지인 등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 제목과 내용 중 일부다. 이 글에는 패트리엇 미사일과 연계된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 자산 그린파인레이더의 상세한 위치가 나와 있었다. 이 레이더는 일반에는 설치된 지역명만 공개돼 있다. 정확한 위치와 이를 운용하는 군부대 주소는 2급 군사기밀이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군 장병 가족과 지인 등이 주로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10곳을 살펴본 결과, 면회 정보 등을 통해 민감한 군사 기밀까지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커뮤니티 게시물에는 부대별 정기 훈련 일정, 무기 체계 관련 설명이 담긴 링크가 포함돼 있었다. 링크를 클릭하면 부대 위치와 원경 등을 담은 사진 등이 이어졌다. 한 회원은 이 커뮤니티에 “제 아들이 있는 부대는 2주간 전투지휘검열(ORI) 훈련한다네요”라는 글을 썼다. ORI 훈련 일정은 ‘대외비’다.

다른 커뮤니티에선 비행 관제를 담당하는 공군 부대 18곳의 명칭, 내비게이션 입력용 주소, 관사 주소, 부대별 격오지 등급 등을 일괄 정리한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들 커뮤니티는 자녀가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가족끼리 면회 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회원이 수만 명에 이르는 곳도 있다.

군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 논란 여지가 있어 (관련 커뮤니티를) 따로 모니터링하진 않는다”면서 “기밀 노출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연락해 게시글 삭제를 요청하는 정도”라고 했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대 입구 이정표 위치만 공개돼도 정확한 부대 좌표를 유추할 수 있어 유사시 적이 타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며 “가족 면회나 부대 복귀 등에 주소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온라인으로 무분별하게 공유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기밀#군장병 가족#면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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