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사고 잇따르는 ‘국내 최장’ 인천대교…“특단 대책 시급”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1일 10시 43분


인천 연수구와 중구 영종도를 잇는 국내 최장 교량인 인천대교 전경. 최근 인천대교에서 투신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시 제공
인천 연수구와 중구 영종도를 잇는 국내 최장 교량인 인천대교 전경. 최근 인천대교에서 투신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시 제공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인 인천대교에서 최근 5년간 40건이 넘는 투신 사고가 발생해 3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부터 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끊이지 않는 인천대교 투신 사고
지난달 30일 오전 4시 19분경 인천 중구 인천대교 위에서 “갓길에 있는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고가 해양경찰에 접수됐다. 해경이 출동했을 때 이미 차량엔 아무도 없었다. 해경은 차량 안에 있던 신분증을 바탕으로 운전자가 30대 남성 A 씨였던 것을 확인했고 A 씨가 바다로 추락했을 것으로 보고 수색에 나섰다. A 씨는 결국 다음날 인근 방조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올 7월 15일에는 20대 여성 B 씨가 인천대교 위에 차량을 두고 바다로 추락했다가 구조됐지만 끝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인천대교에서의 투신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이 해양경찰청과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이달 1일까지 인천대교에서는 모두 41건의 투신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30명에 달했다. 사고는 특히 지난해 11건에 이어 올해도 15건 발생하는 등 지난해부터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개통한 인천대교는 인천 연수구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잇는 길이 21.38㎞의 다리다. 국내에서 가장 긴 대교로, 하루 약 5만 대의 차량이 오간다.

인천대교는 사람의 보행 진입이 불가능해 차량만 진입할 수 있지만 대교 위에 차량을 두고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추락 후에는 조류가 강한 서해 특성상 구조도 쉽지 않다. 예방 조치가 중요한 이유다. 인천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추락 징후가 보이면 구조대가 즉시 출동하지만 추락 후에는 조류가 세고, 물이 탁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구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 “사고 방지 미흡, 특단 대책 필요”
인천대교에는 24시간 대교 위를 감시하는 폐쇄회로(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고, 주·정차 차량이 있으면 즉시 비상 방송이 송출된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투신 사고가 잇따르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대교와 마찬가지로 투신 사고가 잇따르던 서구 경인아라뱃길 시천교의 경우, 인천시가 지난해 1월 난간 높이를 기존 1.4m에서 2.8m로 높이고 난간 상부에 회전 롤러를 설치하는 등 추락 방지 대책을 마련한 뒤로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허종식 의원은 “최근 5년간 인천대교에서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3명인 점을 감안하면 투신 사고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다”며 “안전은 과잉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추락 안전망 설치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대교의 경우 대교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추가 구조물 설치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인천대교를 운영하는 인천대교㈜ 관계자는 “추락 방지 시설물도 검토는 하고 있지만 시설물이 바람, 하중 등 대교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며 “유관 기관과 계속해서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 사고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추락 사고 방지를 위해 인천대교㈜ 측과 계속해서 의논을 하고 있다”며 “대교를 건설할 때 설계 단계서부터 법으로 난간과 같은 추락 방지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 등에 계속해서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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