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보면 각 나와요. 요즘 밥값도 비싼데 오래 밥 먹는다고 소개팅 결과가 달라지진 않잖아요.”
경기 과천시에 사는 직장인 안모 씨(25)는 최근 소개팅을 다섯 차례 하면서, 한 번도 상대방과 식사하지 않았다. 카페에서 만나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가량 대화를 나눈 게 전부다. 그는 “식사하는 소개팅 대신 커피나 차만 마시는 게 시간이나 비용적으로 ‘가성비’가 훨씬 좋지 않냐”고 말했다.
최근 20, 30대 직장인 사이에서 식당 대신 카페에서 음료만 마시며 짧은 시간 내 소개팅을 마무리하는 이른바 ‘속성 소개팅’이 유행하고 있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 몇 가지를 속전속결로 확인한 뒤 상대방을 직접 만나 ‘느낌’을 확인하고 만남을 지속할지 결정하는 식이다.
최근 물가 급등도 속성 소개팅 유행의 주된 요인이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모 씨(29)는 올해 들어 식사 없이 카페에서 만나는 소개팅만 10번 했다고 한다. 김 씨는 “상대방을 계속 만날지는 세 마디 나눠보면 결정되지 않냐”며 “6000원이면 소개팅 한번 할 수 있으니 비용 부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홍창의 씨(28)는 “요즘 소개팅을 요청하는 지인들이 밥을 안 먹고 카페에서만 만나겠다고 미리 말해 이런 소개팅을 원하는 지인들끼리 소개해준다“고 말했다.
속성 소개팅은 주로 점심시간, 사무실과 가까운 카페에서 이뤄진다. 6일 낮 12시경 동아일보 취재팀이 속성 소개팅 명소로 소문 난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한 카페를 찾았다. 서로 취향을 묻고 자기소개를 하는 20, 30대 남녀가 5쌍이 있었다.
대형 사무실이 밀집돼 있거나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지역에는 어김없이 이런 속성 소개팅 명소가 있다고 한다. 대학원생 신민호 씨(25)는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출구 앞 한 카페는 젊은 층 사이에서 ‘만났는데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일어나는’ 속성 소개팅 명소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목표 의식과 주관이 분명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정체성이 반영된 사회현상이라고 본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애에서도 편익 분석을 해 실속과 효율을 챙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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