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퀴어문화축제가 15일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다시 열린다. 과거 행사가 열릴 때마다 일부 기독교 단체 등의 거센 반발로 주최 측과 마찰이 빚어졌다. 하지만 주최 측은 인천대공원사업소의 공원 사용 불허에도 축제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주최 측과 반대 측 등 2000명이 넘게 모일 것으로 예상돼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 장소 사용 불허에도 축제 강행할 듯
2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는 13일 “15일 미추홀구 관교동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에서 제5회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퀴어문화축제는 성 소수자의 인권과 성적 다양성 등을 알리기 위한 행사로, 인천에서는 2018년부터 열리고 있다. 2020년과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가 3년 만에 다시 대면 행사로 열리는 것이다.
조직위는 경찰에 참석 인원 1000명으로 집회 신고를 마쳤지만 중앙공원을 관리하는 인천대공원사업소로부터는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사업소가 도시 공원 내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 공원녹지법 49조 3항을 근거로 조직위의 장소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조직위는 차별 행정이라며 인천시에 인권 침해 구제 신청을 냈고, 시 인권보호관 회의는 이를 인용하고 사업소에 시정을 권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업소 측은 장소 사용을 불허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직위는 사업소의 사용 불허에도 축제를 강행할 예정이다. 조직위가 축제를 강행할 경우 사업소는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장소 사용 불허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시 인권보호관 회의의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며 “축제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고, 과태료 부과 등에 대해서도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반대 측, 1000명 맞불 집회
인천퀴어문화축제는 2018년 첫 개최 때부터 인천기독교총연합회 등 기독교 단체와 학부모 단체 등의 반대가 끊이지 않았다.
2018년 9월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열렸던 1회 축제는 기독교 단체와 보수 성향 단체들의 반대 집회가 함께 열리며 사실상 중단됐다. 2018년 9월 조직위가 축제가 무산된 것을 규탄하기 위해 남동구 구월동 일대에서 연 집회에선 반대 단체 참가자들이 도로에 드러누워 행진을 막고 차량 밑에 들어가는 등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2019년 축제는 큰 충돌 없이 진행됐다.
이번 축제 역시 반대 측에서 맞불 집회를 예고했다. 반대 단체 측은 15일 퀴어축제 장소 인근인 남동구 구월동 중앙공원 5지구에서 주최 측과 마찬가지로 참가 인원 1000명으로 집회 신고를 했다.
인천경찰청은 축제 당일 구월동 일대에 2000명이 넘게 모일 것으로 예상돼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신고된 사항만 보면 행진 경로와 집회 장소 등이 겹치지 않지만 반대 단체 측에서 집회 장소를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며 “필요할 경우 다른 지역 경찰 인력 지원을 신속하게 요청해 최대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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