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시민단체 ‘서울시 규탄집회’ 강행
주최측 “광장 사용 허가 수용 못해”… 市 “불법 점용… 법적 조치할 것”
경찰 “금지할 법적 근거 없어”… 전문가 “조례로 헌법 막을수 없어”
“서울시가 (집회) 신청을 반려했지만 우리는 집회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이곳에 모였습니다.”
1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내 놀이마당에 모인 집회 참가자 30여 명은 ‘광화문광장은 시민들의 것’ ‘집회를 막을 권리 없다’ 등의 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집회 금지를 규탄한다” “우리는 집회한다. 허가 따위 필요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 “사용 목적 어긋나” vs “헌법상 권리 침해”
이 집회는 광화문광장이 올 8월 재개장한 후 열린 첫 집회다. 집회 주최 측은 참여연대 등 1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집회의 권리 쟁취 공동행동’이다. 지난달 19일 종로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했고 시에 광장 사용 신청서도 냈다.
하지만 시 광화문광장 자문단은 11일 집회 불허를 통보했다. 시 조례에 규정한 광장 사용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조례는 광화문광장이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자문단이) 시민 통행권을 고려해 집회를 불허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주최 측은 ‘심사를 통해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를 내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여가나 문화생활은 가능한데 집회만 안 된다는 조례는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집회 금지 통보를 안 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는 신고 사항이라 법에 명시된 금지 장소가 아니면 수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등의 100m 이내에서만 집회가 금지된다.
○ 서울시 ‘법적 조치 검토’…소송 공방 예상
시는 집회를 강행한 주최 측에 대해 고발 등을 통해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공유재산법 등에 따라 불법 점용으로 볼 수 있다. 변상금 부과와 함께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경찰에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집회로 광화문광장에서 당분간 시위나 집회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날 집회 주최 측은 앞으로 2개월 동안 ‘불복종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시가 자문단을 통해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있지만 불복하고 집회를 강행해도 현재로선 사전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
8월 광화문광장을 재개장하면서 시는 ‘집회나 시위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행사는 불허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로펌 등에 자문한 결과 집회·시위 등의 목적을 이유로 행사를 불허하는 건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시는 허가 심의 때 집회 등 사용 목적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위법인 시 조례로 헌법을 막을 순 없다”며 “조례의 위헌성 시비가 소송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일정하게 보장하되, 무분별한 집회로 시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절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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