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뿐인 기상관측선 ‘기상 1호’가 운항 인력 부족으로 올해 8월 예정됐던 정기 관측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취항 이래 인력 문제로 관측 일정을 통째로 취소한 것은 처음이다. 9월 태풍 ‘힌남노’가 상륙했을 때는 배 규모가 작은 탓에 관측이 어려워 항구로 대피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기후변화로 이상기후가 급증하는 가운데 관측선 인력과 장비가 부실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00t급 선박인 기상 1호는 기상청에 소속된 국내 유일한 기상관측선이다. 기상 1호는 8월 22일부터 9월 2일까지 12일간 서해 일대를 집중 관측하는 정기 일정을 수행하기로 돼 있었다. 8월 8, 9일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린 후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또 8월 말부터 9월 초는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태풍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기상1호의 관측 정보가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기상 1호는 배의 법적 최소승선인원(14명)을 채우지 못해 출항할 수 없었다. 승선원 18명 중 5명 이상이 육아휴직, 질병 등으로 공석이었다. 기상 1호 류동균 선장은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도 3명이 질병 등으로 휴직 중이고 다음 달 1명이 더 휴직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1명만 사정이 생겨도 해상관측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 일본 등은 비슷한 규모의 기상관측선에 20∼30명을 배치한다.
기상 1호의 선체와 장비 대부분도 노후한 상태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로 북상할 때도 기상 1호는 사흘 전인 9월 3일까지 목포 인근에서 관측을 수행하다 파도를 이기지 못해 목포항으로 대피했다.
전문가들은 1500t급은 돼야 풍랑주의보(3m 이상)의 파도를 견디며 태풍, 폭우 등의 기상 정보를 바다에서 관측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경우 1500t급 기상관측선을 2대 보유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3000t급 이상 대형 선박을 포함해 관측선이 15척 있다.
국립기상과학원 이철규 관측연구부장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도 예보에 있어 해상관측이 중요하다”며 “이상기후에 대응하려면 5m 이상의 파고(波高)에도 운항할 수 있는 3000t급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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