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만명 넘게 검거…어느새 ‘마약과의 전쟁’ 치르는 대한민국

  • 뉴시스
  • 입력 2022년 10월 15일 09시 24분


검찰이 마약류 범죄 대응을 위한 특별수사팀을 설치한다. 마약류 범죄를 위한 “특단의 수사”인데, 검찰은 유통 조직을 뿌리 뽑기 위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마약 범죄 대응에 나서자 국내 마약류 유통 상황에 대한 분석에도 관심이 쏠린다.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는데, 유명인을 넘어 대중까지 마약이 침투하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지검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 설치된다. 마약전담검사와 마약수사관이 수사팀당 10~15명이 배정된다. 관계기관 파견 인원을 포함하면 4개팀 규모는 총 70~80명이 된다.

대검찰청은 특별수사팀을 설치하면서 “특단의 수사”라고 표현했다. 사실상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마약 유통을 수사하지 못했던 기간 동안 국내에 마약 범죄가 성행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마약 범죄는 일반인도 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대중화’에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7월 사이 마약사범은 1만575명이다. 이를 종합하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국내 마약류 사범은 IMF 금융위기 당시인 1999∼2002년에 4년 연속 1만 명을 웃돌다가 2014년까지 2009년을 제외하고는 1만명 이하로 유지됐다.

하지만 2015년 1만1916명을 시작으로 지난해 1만6153명까지 늘어나는 등 매해 1만명이 넘게 적발되고 있다. 전과자가 아닌 초범들도 다수 검거되면서 마약류 사범 수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마약 압수량도 늘었다. 지난해 압수된 마약류는 1295.7㎏에 달한다. 2017년 154.6㎏의 8배에 달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4일 관세청장과 면담하기에 앞서 “약 1.3톤에 달하는데 전국민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마약류가 SNS를 통해 유행하면서 유통이 확대됐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시각이다. 이 총장은 이를 ‘직구’에 비유하며 “피자 한 판 값으로 SNS에서 마약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마약 유통은 주로 보안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주요 루트는 다크넷(다크웹)이라고 전문가들은 지목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지난 10년간 다크넷을 통한 거래 중 74%가 마약류와 연관돼 있다는 통계도 있다.

SNS와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10대 마약사범이 늘어난 것 역시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0대 마약사범은 2011년 41명에서 10년 후인 지난해 450명으로 11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유명인들도 마약류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으면서 마약류 범죄에 대한 국민적 우려도 큰 상황이다. 최근에는 가수 겸 작곡자 돈스파이크(45·김민수)가 마약 혐의로 구속됐다.

연예인 지망생 한서희(27)씨도 세번째 마약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정우(45·본명 김성훈)도 지난해 불법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마약류 범죄 증가의 또 다른 배경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검찰의 마약 범죄 대응 기능의 공중분해였다. 최근 법무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마약류 유통을 검사의 수사개시 대상 범죄로 포섭하기 전까지는 검찰은 유통을 수사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마약류 수사, 그 중에서도 조직을 검거하는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검찰의 마약 수사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그 사이 마약 조직이 국내에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마약 가격이 상승한 것 역시 마약 유통을 부추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예를들어 태국에서 생산되는 마약류 중에 한 종류는 현지에서 원화 기준 약 2000원이지만 국내에서 10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김치 프리미엄(외국에 비해 국내 가격이 더 비싼 경우를 이르는 말)을 노린 마약 밀수 조직이 수사 공백을 믿고 국내로 확장했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항만과 공항에서 마약이 수입되는 것 자체를 관세청과 합동으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총장은 “마약류를 항만과 공항 단계에서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높고 튼튼한 장벽을 쌓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누고 주요 항만과 공항이 있는 인천, 부산에 특별수사팀을 설치했다. 여기에 호남 권역을 담당할 수 있는 광주와 서울세관을 담당할 수 있는 서울중앙지검도 특별수사팀 설치 대상에 꼽혔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의 활동을 통해 마약 청정국가의 지위를 되찾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통상 인구 10만명당 연간 마약사범 20명 이하를 마약 청정국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을 대입하면 연간 1만명을 넘어선 안된다. 검찰은 마약 조직을 뿌리 뽑아 마약의 공급과 수요를 모두 차단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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