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앞 아내에게 흉기 휘두른 공무원 ‘해임 부당’ 판결 왜?

  • 뉴시스
  • 입력 2022년 10월 19일 06시 16분


자녀가 보는 앞에서 아내에게 흉기를 휘두른 공무원을 해임한 것은 과중한 징계 처분이라고 법원이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현 부장판사)는 공무원 A씨가 나주시장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식당에서 일하던 중 아내와 다퉜다. 함께 운영하던 식당이 코로나19 여파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A씨는 다툼 직후 식당 밖으로 간 사이 ‘짐을 싸서 나가라’는 아내의 문자를 보고 격분했다. A씨는 식당에 다시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러 아내를 다치게 했다. A씨는 당시 식당에 함께 있던 어린 자녀 앞에서 이러한 일을 벌였다.

A씨는 특수상해·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가정법원에 송치돼 접근 금지와 상담 위탁 보호 처분 결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해 11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해임됐다. A씨는 징계에 불복해 낸 소청 심사 청구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우발적으로 비위 행위에 이른 점, 아내의 상해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아내와 합의한 점 등을 토대로 “해임 처분이 과중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를 해임한 처분은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났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가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은 분명하다. 징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다만, A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내와 자주 다퉜다. A씨는 사건 당일에도 식당 일을 돕다가 아내와 운영 문제로 다툰 이후 집을 나가라는 문자를 받자 비위 행위에 이르게 됐다. A씨의 아내는 2주간의 치료가 필요했던 정도로, 상처의 정도·부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형법상 특수상해·아동복지법 위반은 징역형을 처할 수 있는데도, 법원은 A씨에게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보호 처분을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 처분이 가정의 평화 회복과 가족 구성원의 인권 보호가 목적인 점을 고려하면, A씨의 비위 행위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는 지방공무원 징계 규칙상 강등~정직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으로 이혼하고 자녀들의 양육비를 지급하는 점, A씨가 30년 가까이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장관 표창을 받는 등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A씨가 취약계층과 복지 관련 업무를 하면서 직무 관련한 사고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비위만으로 A씨가 직무 수행을 하지 못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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