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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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감을 금액화해 계산해보면 경제적인 선택지 찾을 수 있어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 따지거나 포기한 가치를 선택 과정에 반영
‘기회비용’ 비교하는 것도 방법

학생들에게 ‘경제’라는 단어에 대해 무엇이 떠오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돈’이 생각난다고 답변합니다. ‘경제적’이라고 하면 돈을 많이 벌거나 아끼는 것을 떠올리니 일면 타당한 답변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돈, 즉 화폐가 없던 시절에도 경제 활동은 있었습니다. 경제를 반드시 돈과 관련된 활동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이유입니다.
○ 경제는 합리적 선택의 연속
학문적으로 경제를 정의할 때는 보통 ‘선택’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항상 선택 상황에 직면합니다. 마치 짜장과 짬뽕, 치킨과 피자 중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설령 하나의 선택지만 있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거부할 수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선택 상황에 직면한다고 볼 수 있고, 그 상황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을 ‘경제적’이라고 평가합니다.

다시 학생들의 답으로 돌아가 볼까요.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재물 중에서 가장 쉽고 편리하게 다른 것을 구할 수 있는 게 돈입니다. 편의점에 가서 10만 원의 가치가 있는 중고 휴대전화를 주고 2만 원어치 물건을 사려 한다면 100% 실패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이면 항상 성공합니다. 결국 돈을 선택하는 것은 가장 폭넓은 선택 가능성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명절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가 현금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즉 돈은 선택 가능성 또는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극대화하는 재물인 만큼 가장 경제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 가성비를 따져 본 선택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선택을 잘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통 ‘가성비’를 따집니다. 가성비란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줄여서 쓴 표현입니다. 만약 성능과 가격이 제각각이라면 그 비율로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A상품은 10만 원의 만족을 주는 제품이고, B상품은 6만 원의 만족을 주는 제품이라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A의 가격이 5만 원이고 B가 2만 원이라면 가성비는 A는 10만 원을 5로 나눈 2, B는 6만 원을 2로 나눈 3이 됩니다. 가성비로 따지면 B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심리적인 만족감을 금액으로 객관화하여 추정하는 과정을 거쳤고, 약간의 계산을 통해 둘을 비교했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선택하는 것을 ‘합리적’ 선택이라고 합니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올바른’, ‘좋은’, ‘착한’ 등의 어감보다는 ‘계산적인’, ‘이성적인’, ‘냉철한’ 등의 어감에 가깝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합리적 선택이란 선택 과정을 계산적으로 수행한다는 의미입니다.
○ 암묵적 비용 포함하면 바뀌는 선택
위와 같이 가성비를 따져 선택하면 항상 합리적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이제 다른 계산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무엇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선택하지 않은 것을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즉, 선택을 잘하기 위해서는 포기를 잘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보기가 5개인 객관식 문제를 푸는 방법 중에는 정답을 하나 찾는 것도 있지만 오답을 4개 찾는 것도 있습니다. 선택을 잘하려면 포기하는 것의 가치를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포기한 가치를 경제에서는 ‘암묵적 비용’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두 가지의 돈벌이를 두고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 중이라고 합시다. 식당 일은 일당 10만 원, 카페 일은 일당 8만 원입니다. 식당 일의 암묵적 비용은 식당 일 선택으로 포기하게 된 카페 일 일당 8만 원이고, 카페 일의 암묵적 비용은 카페 일 선택으로 포기하게 된 식당 일 일당 10만 원이 됩니다. 각각의 일당 수입에서 암묵적 비용을 뺀 순수한 수입은 식당 일이 2만 원, 카페 일이 ―2만 원이 됩니다. 암묵적 비용을 고려하면 왜 식당 일을 선택해야 하는지 분명해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경제적 비용 계산에서는 암묵적 비용을 포함해서 계산하는데,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부릅니다.


앞에서 가성비의 예로 활용된 A, B상품의 경우를 암묵적 비용을 포함해 다시 계산해 봅시다. A는 10만 원의 만족을 주지만 5만 원의 비용을 지불했으므로 A를 선택해 얻게 되는 만족은 5만 원입니다. B는 6만 원의 만족을 주지만 2만 원의 비용을 지불했으므로 B를 선택해 얻게 되는 만족은 4만 원입니다.

암묵적 비용은 포기한 만족이므로 A 선택의 암묵적 비용은 4만 원이고, B 선택의 암묵적 비용은 5만 원입니다. 이제 암묵적 비용을 포함해 계산해 보면 A 선택의 기회비용은 9만 원이고, B 선택의 기회비용은 7만 원이 됩니다. A의 만족이 10만 원, B의 만족이 6만 원이었던 만큼 각각의 만족에서 기회비용을 빼면 A 선택은 1만 원, B 선택은 ―1만 원이 됩니다. 암묵적 비용을 포함해 계산하면 가성비를 따질 때와 달리 오히려 A를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 상황마다 선택 방법 달라야
두 계산법의 답이 서로 다릅니다.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린 것일까요? 쉽게 단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맥락에 대한 고려입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선택 상황이냐 아니면 일회성에 가까운 상황이냐의 차이 같은 맥락 말입니다.

반복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전자를, 평생 한 번 갈까 말까 한 곳으로 해외여행 간 경우 같은, 또는 한번 사면 10년 넘게 쓸 것 같은 물건을 사는 상황이라면 후자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해외여행 중 맛집을 우연히 찾았는데 거기에서 대표 요리는 비싸다고 안 먹고 가성비 요리를 먹고 나온다면 비행기 삯이 아까울 수 있습니다. 또 소고기도 한두 번이지, 좋다고 매일 먹다가는 살림살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
#경제#합리적인 선택#기회비용#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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