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집시법 개정하기로
현재는 위반해도 처벌규정 없어
욕설-장송곡 틀어 혐오감 주거나
통행에 지장 도로점거 등 제재 방침
# 전광훈 목사가 대표인 자유통일당 등은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형 스크린 3대를 남쪽과 동쪽, 북쪽 등 세 방향을 향해 ‘ㄷ’자 형태로 설치한 채 집회를 열었다. 이에 따라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남쪽뿐 아니라, 동쪽과 북쪽에서도 참가자들이 스크린을 보며 집회에 동참할 수 있었다. 경찰은 주최 측에 일부 스크린 시설을 철거하라고 수차례 ‘집회 제한 통고’를 했지만 주최 측은 따르지 않았다.
# 올 6월 진보성향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등은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자택 근처에서 대형 확성기를 동원해 집회를 했다.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호소해 경찰은 일부 시간대 스피커 사용을 금지하는 ‘집회 제한 통고’를 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이를 지키지 않고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청이 시민 피해를 초래하는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제한 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집회시위가 과도한 소음으로 주민에게 피해를 주거나 당초 신고한 범위를 넘어 통행에 지장을 줄 만큼 도로를 심하게 점거하는 경우 등에 경찰은 ‘제한 통고’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집회 신고를 접수하면서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조건을 부과하는 것도 제한 통고에 해당한다. 그러나 주최 측이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처벌 조항이 없어 그동안은 효과가 크지 않았다. 보다 강력한 ‘집회 해산 명령’도 있지만 이는 ‘직접적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한 집회’에 한해 내릴 수 있어 집회 대부분에는 적용이 어려웠다.
최근 광화문 인근 집회 관리를 했던 한 경찰관은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경찰이 현장에서 내린 제한 통고를 주최 측이 안 지켜도 계속 ‘행정지도’를 하거나 ‘구두 경고’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며 “폭력 집회가 아닌 이상 집회 해산 명령은 내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경찰은 제한 통고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집시법상 처벌 대상인 ‘금지를 통고한 집회’를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한 집회’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불법 집회가 아니더라도 경찰의 집회 제한 통고를 어길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집회 주최 시),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 벌금’(참여 시)에 처해질 수 있다.
법이 개정되면 집회에서 장송곡을 틀어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소수 참가 인원이 교통에 지장을 줄 정도로 무리하게 도로를 점거하는 행위 등 이른바 ‘집시법 사각지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실제 형사처벌까지 이르는 사례가 많지 않더라도 위반 시 처벌 규정이 생긴 것만으로 막무가내 집회가 줄고 질서 유지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한 통고’ 위반 시 처벌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집회 질서 유지에 ‘최소한의 선’은 지켜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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