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장마철이 아닌 여름에도 수시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장마 대신 ‘우기(雨期)’ 등 다른 표현을 도입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기상청은 ‘장마’란 용어 변경과 관련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2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기후위기 시대, 장마 표현 적절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장마의 기간과 범위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면서 정의와 용어에 대한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되자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연 것이다.
‘오랜 기간 지속되는 비’라는 뜻의 장마는 순우리말 표현인 ‘댱마ㅎ’에서 비롯됐다. 한자 ‘길 장’(長)에 우리말로 비의 옛말인 ‘마ㅎ’가 더해져 만들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기상학적으로는 초여름 약 1개월(6월 중·하순∼7월 하순)간 전국에 걸쳐 비가 내리는 현상을 뜻한다. 이 시기 남쪽에서 올라오는 뜨겁고 습한 열대성 기단이 봄철 한반도 상공에 머물렀던 한대성 기단을 밀어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날 기상청이 공개한 ‘2022 장마백서’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중부·남부·제주 3개 지역의 평균 장마 기간은 31.4∼32.4일이었다. 평균 강수량은 약 655mm로, 국내 연강수량(1333mm)의 절반이 장마 기간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마철 이후에도 많은 비가 내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1973∼1993년과 1994∼2020년으로 나눠 장마가 끝난 뒤인 8월 초 전국 평균 강수량을 비교한 결과 후자가 전자에 비해 강수량이 51%(95mm)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해는 전체 여름(6∼8월) 강수량 672.8mm 중 장마철에 내린 비는 284.1mm(42.2%)였다. 장마철 뒤 내린 비는 335.3mm(49.8%)로 장마철보다 많았다.
장마백서 책임집필위원인 서경환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최근 여름철 강수는 6월 중순에서 9월 하순까지 길게 이어진다”며 “6월 중순부터 7월 하순까지 1차 강수가 진행되고 소강기를 거쳐 다시 8월 10일 전후부터 9월까지 2차 강수가 나타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를 ‘1차 우기’와 ‘2차 우기’로 정의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도 “장마철 강수 지속 기간이 크게 변했고 단속적 소나기와 국지적 폭우가 잦아지고 있다”며 장마 표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 또한 “아열대성 기후에서 강수가 집중되는 구간을 의미하는 우기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학계와 산업계는 물론이고 국민의 의견을 종합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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