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정체 상태를 유지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유행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새로운 재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달 셋째 주(16∼20일) 국내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가 1.09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감염재생산지수는 감염자 한 명이 몇 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이 숫자가 1보다 크면 유행이 확산하는 상황으로 본다. 감염재생산지수가 1을 넘은 건 ‘6차 유행’ 정점이었던 8월 셋째 주 이후 9주 만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우세종인 오미크론 계통 BA.5보다 전파력이 더 강한 하위 변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중 우세종 위치를 차지하는 변이가 7차 유행을 이끌 수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는 BQ.1과 BQ.1.1 변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일 “면역 회피력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경고한 XBB 변이도 복병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사 의무가 해제된 만큼 실제 변이 감염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유행 폭증의 시기가 당초 예상됐던 12월이 아니라 ‘다음 달’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심은하 숭실대 교수팀은 19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11월 2일 5만4616명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1500만 명 이상이 감염된 ‘5차 유행’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만큼 자연 면역이 떨어져 현재 10% 수준인 재감염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력 또한 약 4개월간 유지되기 때문에 이번 겨울에는 국내 인구의 75%가 면역력 부족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빨라진 재유행, 개량백신 접종 1%그쳐
코로나 내달 재유행 조짐 1500만 감염 5차유행서 6개월 지나… 자연면역 떨어져 재감염 늘어날 듯 내달 2일 하루 5만명 확진 전망… 독감 등 겹쳐 ‘멀티데믹’ 우려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저조하다. 정부는 이달 11일부터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개량 백신’을 활용한 동절기 코로나19 접종 사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난 21일 0시 기준으로도 인구 대비 접종률은 1.1%에 그치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로 범위를 좁혀도 접종률이 3.4%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7차 유행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인플루엔자(독감)나 메타뉴모 등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감염병이 동시 유행하는 ‘멀티데믹’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주(9∼15일) 메타뉴모,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는 934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527명)에 비해 77% 급증했다.
독감 유행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 수는 6.2명이었다. 9월 마지막 주(25일∼10월 1일) 이후 3주 연속으로 올해 독감 유행주의보 기준인 5.1명을 웃돌고 있다. 특히 1∼6세(7.2명)와 13∼18세(10.8명) 등 어린이와 청소년층에서 독감 감염 비율이 높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은 21일 중대본 회의에서 “겨울철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 가능성이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은 고위험군인 만 65세 이상 고령층과 임신부, 어린이는 독감 예방접종에 꼭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고령자의 경우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개량 백신을 같은 날 맞아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내년 3월을 잠정 목표로 했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시점을 앞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규홍 보건부 장관은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료기관, 대중교통, 사회복지시설 등 장소를 구분해서 의무화하는 해외 사례를 감안해 개선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멀티데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가 방역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던 건 높은 마스크 착용률 때문”이라며 “7차 유행을 넘기고 난 뒤에 마스크 수칙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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