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보수·진보단체가 서울 중구 시청 교차로 횡단보도를 기준으로 세종대로를 남북으로 가른 채 각각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에 집회 참가자 5만 명 이상(경찰 추산)이 집결하면서 일대가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었다.
●“이재명 구속” vs 윤석열 퇴진”
전광훈 목사가 대표인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는 이날 오후 2~8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까지(약 550m 구간) 왕복 8개 차로 중 6개를 점유한 채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약 3만2000명의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이재명과 문재인을 구속하라” “주사파를 척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신고 장소가 아닌 광화문광장에도 2000여 명이 모여 집회에 동참했다. 소 모양의 문재인 전 대통령 인형이 집회에 등장하기도 했다.
한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4시 숭례문 오거리부터 시청 교차로까지(약 450m 구간) 편도 3개 차로를 점유한 채 ‘윤석열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약 1만8000명의 참가자들은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 퇴진하라” “김건희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는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의 얼굴을 본뜬 대형 인형이 트럭에 실린 채 등장했다.
●몸싸움 벌어지고, 상대 손팻말 찢기도
이날 양 집회 참가자간 몸싸움도 여러 차례 벌어졌다.
일부 촛불행동 집회 참가자가 ‘김건희 구속’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며 보수단체 집회 장소로 넘어가자 보수 집회 참가자 3명이 달려와 몸으로 막았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깃발을 들고 상대 진영으로 건너가 “이쪽 집회에 참여해 달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양측이 넘어온 이들을 몸으로 밀거나 손팻말을 빼앗아 찢는 일도 벌어졌다. 다만 집회 관리에 나선 경찰이 중재하면서 충돌이 확대되진 않았다.
촛불행동 측은 이날 오후 6시 반경 용산구 지하철 1호선 남영역 인근까지 행진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같은 시간 남영역에서 남쪽으로 약 600m 떨어진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인근에서는 보수단체 신자유연대 회원 등 약 2500명(경찰 추산)이 맞불 집회를 벌였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안전운임제 확대적용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주말 도심 도로 정체 극심
이날 대규모 집회가 잇따라 열리면서 서울 도심 교통은 정체가 극심했다. 세종대로는 자유통일당 등이 집회를 연 구간에서 편도 각 1차로만 차량 통행이 가능했고, 촛불행동 집회 구간도 왕복 5개 차로만 통행이 가능했다. 촛불행동 측은 행진을 시작하고 10분여 동안 왕복 8개 전 차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서울 도심 평균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10㎞로, 공휴일 평균(시속 20.9km)의 절반가량이었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으로 주말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계도시문화축제’에 자녀와 함께 놀러 온 박성현 씨(42)는 “아이들이 (집회 소음이) 시끄럽다고 난리여서 일찍 집에 들어가려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 참여 놓고 논란도
촛불행동 집회에는 민주당 김용민, 민형배, 안민석, 황운하 의원 등이 참가했다. 연단에 오른 김 의원은 “무도한 윤석열 정부와 검찰 독재를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8일에도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석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가한 것을 두고 날선 반응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민주당은 탄핵놀음 불장난으로 집을 온통 태우는 어리석은 짓을 그만하고 더 늦기 전에 이재명 탄핵이나 제대로 하길 진심으로 충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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