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파마, 염색 등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시 벌점을 부과하는 생활규정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달 15일 학생의 자유로운 개성 발현권 및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두발 관련 ‘학생 생활규정’을 개정하라고 A여자고등학교장(피전정인)에게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A여자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진정인은 파마, 염색 등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벌점을 매기는 ‘학교 생활규정’이 학생 개성을 발현할 권리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피진정인은 ‘학생 생활규정’은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된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규정에 ‘파마나 염색은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둔 것은 두발 자유화에 따른 학생의 탈선에 대한 우려 및 지나친 파마와 염색에 대한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학교가 학생의 두발을 규제해 탈선 예방, 학업 성취, 나아가 학교 밖 사생활 영역에 대한 지도·보호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과 기대를 전제로 한 것일 뿐 그 인과관계와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현재 두발 규정이 내용적인 측면에서 헌법 및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이 보장하는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실질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두발 등 학생 용모에 관한 권리는 헌법 제10조에서 파생한 ‘개성을 자유롭게 발현할 권리’이자 타인에게 위해를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 영역에 해당하는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그동안 이에 대한 제한과 단속은 학생의 안전이나 타인의 권리 보호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교육목적상 필요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이루어지도록 일관되게 권고해 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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