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16개사 산재사고 5년간 759건… “2인1조 엄격하게 안지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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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평균 13.5건 안전사고 논란
사망사고 난 SPL ‘끼임’ 가장 많아… 2명 근무해도 서로 다른 작업해와
“교반기 개당 30만원이면 잠금장치”… 與野, 국감서 “안전불감증” 질타
장시간 근무-안전시설 투자도 미흡… SPC “1000억 투자 안전관리 강화”

SPC그룹 계열사인 SPL 경기 평택시 제빵공장에서 근로자 A 씨(23)가 사망한 지 8일 만에 SPC 계열사인 경기 성남시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며 SPC그룹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SPC그룹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 산재사고 한 달 평균 13.5건 발생

이날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SPC 계열사인 파리크라상, SPC삼립 등 16개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총 75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단이 승인한 산재사고 건수로 한 달 평균 13.5건 발생한 셈이다. 승인되지 않은 사고까지 감안한 실제 사고는 이보다 더 많다.

산재사고 중 넘어짐, 끼임 등 후진적인 사고가 적지 않았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최근 5년간 SPC 계열사 4곳의 사고 유형을 제출받은 결과 파리크라상에서는 넘어짐(27.3%), 끼임(16.5%), 절단·베임·찔림(15.8%) 순으로 사고가 많았다. 이번에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L에서는 끼임(36.6%)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SPC그룹 작업장의 안전사고가 빈번한 큰 원인으로 2인 1조 근무가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은 점을 꼽았다. SPC그룹은 “통상 공장 라인에 2명씩 근무하지만 내규상 모든 작업을 2명이 함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2명이 근무해도 서로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인 1조 근무 원칙은 작업을 나눠서 하라는 게 아니고 같이 동시에 작업하라는 것”이라며 “이는 돌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안전불감증…참혹하고 매정한 기업”

철저한 시설 투자와 인력 배치가 없었던 점도 반복적인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L 공장도 샌드위치 소스 교반기 9개 중 7개는 자동잠금장치(인터록)가 없었다. 이날 국회 환노위 고용부 국감에서 김영진 의원은 “교반기 7개에 30만 원씩 210만 원을 투자 안 해서 사망 사고가 났다”고 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SPL는 올해 안전예산(5억8200만 원)을 지난해보다 20.4% 줄였다”며 “산업·안전·보건 조치를 제대로 안 했다”고 했다.

주간과 야간 2개조가 12시간씩 장시간 근무하는 환경도 문제가 됐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L 공장의 A 씨 역시 2주씩 주·야간 교대로 12시간씩 작업하며 극도의 피로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현장 노동자들이 사망자를 직접 수습하고 바로 다음 날부터 일했다는데, 그런 사고방식이니 사고가 나는 게 아니냐”며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참혹하고 매정한 기업”이라고 질타했다.

SPC그룹은 21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3년간 안전관리에 총 1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안전의식을 높여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근원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특임교수는 “SPC 계열 공장은 설계 단계부터 안전 설비가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동화가 불가능한 설비는 사람에 대한 안전 투자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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