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군용산기지 이전후 폐쇄… 작년 국방부 소유된 군사보호구역
일반인 출입금지됐지만 관리 부실, 정문 열려있고 울타리 일부 치워져
“사실상 방치… 안전사고-범죄 우려”… 경찰 “보수” 요청… 軍 “경계 보강”
군사보호구역인 경기 하남시 옛 성남골프장 부지에 인근 주민들의 무단 침입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미군이 국방부로 반환한 이곳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군의 관리 소홀로 일부 주민이 들어가 골프까지 즐기는 실정이다.
○ “군인 없을 때 잔디 깎고 골프 쳐”
성남골프장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 주둔하던 미군이 사용하던 골프장인데, 2017년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한 뒤 폐쇄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미군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이곳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훈련장으로 사용 중이다.
14일 낮 12시경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곳을 찾았을 때 정문 출입구에는 군 장병과 군용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 모습이었다. 군 관계자는 “진지 구축 및 철거 훈련 등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출입구에는 “경고(출입제한구역). 본 시설은 국방부 소관 국유재산으로 무단출입 시 경찰 고발 대상”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출입구 옆으로는 철조망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다.
그런데 군용차량과 군인이 모두 떠난 오후 4시 반경부터 철조망 안쪽에서 산책을 즐기는 주민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골프채를 든 채 골프장 쪽으로 향하는 주민도 있었다. 주변 높은 건물에 오르니 안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주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취재팀이 살펴보니 부지 정문 출입구는 지키는 사람 없이 열린 채였다. 철조망 울타리 역시 야산과 연결된 일부 구간에서 치워져 있거나 설치가 부실해 드나드는 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주민 A 씨는 “철조망을 슬쩍 들어올리면 들어갈 수 있다”며 “주민들끼리 골프 치기 좋은 자리를 놓고 ‘내가 먼저 왔다’며 자리싸움을 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다른 주민들도 “경비 인력이 없으니 직접 잔디까지 깎은 다음에 골프 연습하는 사람도 있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린다”고 했다.
○ “사고나 범죄라도 일어날까 걱정”
일부 주민들은 사실상 방치된 골프장 부지에서 사고나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주민 이모 씨(59)는 “한 주민이 골프채를 휘둘러 장타까지 날리는 걸 봤다. 등산객이나 산책하던 사람이 맞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B 씨는 “가로등이나 폐쇄회로(CC)TV도 없는데 야간에 범죄가 일어날까 두렵다”고 했다.
관할 경찰도 이 같은 실태를 알고 있었다. 이 지역 파출소 경찰관은 “일부 주민들의 무단 출입 사실을 국방부 측에 알리고 시설 보수를 몇 차례 요청해 놓은 상황”이라고 했다.
출입 통제가 안 되고 있다는 취재팀의 지적에 국방부 관계자는 25일 “울타리는 보강 작업 중이며 (정문) 출입구는 잠그고 폐쇄했다. 순찰 및 주민 계도를 강화하는 한편 경계시설도 보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2020년에도 미군 부대가 떠나고 국방부에 반환된 경기 의정부시 군사보호구역에 서바이벌 게임 동호회 회원 30여 명이 무단 침입해 게임을 즐기다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군사보호구역 무단 출입 시에는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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