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전시 9팀
예술의전당서 ‘웰컴 제너레이션’展
AR 결합 관객참여 작품 등 선보여
중구-영등포구도 청년예술가 지원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실내에 푸른색 빛을 반사하는 동그란 CD 수십 개가 설치돼 있었다. 가까이 가자 미세한 바람이 느껴졌다. CD라고 생각했던 발광체는 사실 빠르게 돌고 있는 팬(선풍기)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청년작가 이지훈 씨(37)의 작품 ‘마비’다. 제목에는 기계장치를 이용해 일상 감각을 마비시킨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 씨는 “작품을 처음 보면 CD 같지만, 가까이 가면 미세한 소리가 들리며 정확하게 인지하게 된다”며 “작품을 통해 인간이 인식의 오류를 범하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점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 청년작가 9팀 예술의전당 입성
이날 오후 이 미술관에선 이 씨와 같은 청년작가 9팀의 ‘웰컴 제너레이션’ 특별전 개막식이 열렸다. 서초구 구립 갤러리인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와 예술의전당이 협업해 선보이는 전시회다. 2018년 11월 만들어진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에서 전시했던 청년작가 40팀 중 선정된 9팀이 작품을 30일까지 전시하게 된다.
예술의전당이 서초구와 손잡고 작품을 전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에 전시된 청년작가 도록을 보고 예술의전당에서 먼저 협업 제의를 했다고 한다. 서초구 관계자는 “문턱이 높은 예술의전당에 입성하는 것 자체가 청년들에겐 엄청난 기회”라며 “앞으로 협업 전시를 정례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는 20년간 방치된 예술의전당 지하보도를 리모델링해 만든 갤러리다. 해마다 공모를 통해 청년예술가 작품을 소개하면서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갤러리의 정해연 큐레이터는 “원래의 역할은 잃었지만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 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특별전에서는 전통적인 콘텐츠에 증강현실(AR)을 결합한 관객 참여형 미술 작품도 선보였다. 동양화 석사 전공인 여성 작가 4명으로 이뤄진 ‘아하 콜렉티브(AHA Collective)’의 작품 ‘다이얼링’이다. 구조물에 공을 던져 넣으면 파동이 일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생소한 자극을 느낄 수 있다. 아하 콜렉티브의 김샛별 씨(30)는 “하늘을 관측하고 소원을 비는 동양적 행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이들은 2019년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공모에 당선되면서 전시 기회를 얻었다. 정혜리 씨(31)는 “서리풀 공모를 계기로 다음 전시, 그다음 전시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갤러리에서 전시할 때는 다른 국가 공모사업과 달리 예산을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아 작품 설치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성수 구청장은 “앞으로도 청년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적극 지원하면서 이들의 꿈을 이루는 마중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 중구·영등포구 등 청년작가 예술 지원
서초구 외에도 청년작가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서울 자치구가 적지 않다. 중구는 지난달 청년 예술가 15명에게 인현시장 40개 점포의 디자인 개선을 맡기는 ‘아트테리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메뉴 가격표 등의 디자인을 손보고, 예술작품도 전시해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청년 예술가에게 일자리를 지원하자는 취지다.
영등포구는 이달 1∼15일 문래동에서 소공인특별전 ‘ASSEMBLE’을 열었다. 1960년대부터 철공소가 모여 있던 문래동 일대에는 2000년경부터 옮겨간 철공소 대신 젊은 예술가들이 자리를 채웠다. 전시에선 초기 철공 단지를 만든 기술 장인 7명의 이야기를 지역 청년 예술가의 시선으로 담아낸 콘텐츠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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