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월북의사’를 표명한 SI 첩보를 토대로 한 조치였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검찰은 이 첩보가 단순 단서일 뿐 확정된 사실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외교·안보 라인이 부족한 정보를 토대로 월북 몰이를 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27일 기자회견을 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감사원 결론에 대해 “당시 상황은 매뉴얼이 적용되는 상황과 달랐다. ‘월북 의사’를 표명하고 구조 정황이 확인되는 상황은 우리 국민이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억류되는 상황을 상정한 매뉴얼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월북 의사를 밝힌 것이지, 월북 몰이를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검찰은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첩보는 하나의 단서이기 때문에 이를 사실의 확정이라고 보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SI 첩보는 북한군의 교신 내용 등을 감청한 것으로 분석 및 검증 등의 작업을 거쳐야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검찰은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월북했다’는 결론을 냈다고 의심한다.
서 전 실장 등은 사건 은폐를 위해 첩보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에도 ‘민감한 정보가 불필요한 단위까지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최근 구속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영장에는 군 정보망인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 공유된 SI 등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이 적시됐다. 법원이 첩보 삭제가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셈이다.
수사팀은 서 전 장관에 적용된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에 대해 손상이나 은닉이라는 행위 자체보다 해당 기록의 효용을 헤친 부분을 특히 문제라고 본다. 검찰이 월북이 아닌 표류 가능성 등을 암시하는 자료가 삭제됨으로써 이후의 정확한 판단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수사팀에 참여하는 관계자는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사건 발생 해역에 대한 현장검증 결과에 대해 “실망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썼다.
2020년 9월 해경은 ‘월북했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그 근거로 해상 표류 예측 결과 등을 제시했는데, 검찰이 이 근거에 문제가 있었음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감사원은 당시 해경이 표류 예측 분석결과에서 ‘이씨가 자연표류로 북한 해역으로 갈 가능성’을 의미하는 부분은 제외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