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환경 나타내기 위해 상징 사용
영국은 십자가 그려넣어 종교 강조… 과테말라는 파란색으로 바다 표현
우리나라는 흰색-태극-4괘 사용, 민족성과 건국 철학 등 의미 담아
분단 국가는 국기에 영토 그리기도
전국의 산과 들이 가을을 맞아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었습니다. 올해 단풍의 절정은 이달 17일 강원 오대산에서 시작해 31일 제주 한라산을 거쳐 다음 달 5일 전북 내장산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추운 북쪽에서 출발해 따뜻한 남쪽을 향해 물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단풍잎을 국기 상징으로 사용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캐나다입니다. 캐나다 국기는 좌우 빨간색과 가운데 흰색 바탕을 두고 한가운데에 단풍잎이 그려져 있습니다. 좌우의 빨간색은 캐나다 국토를 중심으로 서쪽의 태평양과 동쪽의 대서양을 의미하며, 단풍잎은 캐나다 곳곳에 넓게 분포하는 단풍나무를 통해 광활한 캐나다의 국토와 자연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한 나라의 국기에는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들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의 세계 지리 이야기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 종교 상징이 담긴 국기
한 국가의 국기가 만들어질 때는 지리적인 요소와 역사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요소가 바로 종교입니다.
유럽은 기독교 문화가 깊게 녹아들어 있는 만큼 십자가가 그려진 국가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입니다. 유니언잭에는 성 조지, 성 앤드루, 성 패트릭의 십자가 세 개가 겹쳐 그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 등 유럽 여러 나라의 국기에 십자가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슬람교의 상징이 새겨진 국기도 적지 않습니다.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들은 자신들의 국기에 초승달과 별을 새겨놓았습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종교적 탄압을 피해 메디나로 옮겨갈 때 사막의 밤을 밝혀준 초승달과 별을 상징화한 겁니다.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같은 북아프리카 국가부터 튀르키예,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까지 국기에 초승달과 별이 그려져 있으면 그 나라는 이슬람 신자가 많은 국가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 자연 상징이 담긴 국기
해당 국가의 자연환경을 국기에 담은 나라도 많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아시아 동쪽 끝에 있어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나라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흰 바탕에 태양을 상징하는 빨간 원을 그려 넣었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초록, 노랑, 빨강 3색으로 구성된 국기가 많습니다. 아프리카 민족 운동가인 마커스 가비가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색깔로 이들 3색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모잠비크 국기에서 초록색은 풍요로운 초원, 노란색은 풍부한 광물 자원, 빨간색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열정과 희생을 상징합니다. 가나, 베냉, 카메룬, 에티오피아 등도 비슷한 국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의 국기는 공통적으로 좌우상하에 파란색이 들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가 그렇습니다. 이들 국가를 동서로 둘러싼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상징합니다. 바다로 둘러싸인 자연환경이 국기에 나타난 것이죠.
○ 국가의 이념과 사상이 담긴 국기
복잡한 이념이나 사상을 담은 국기도 있습니다. 그 나라의 건국 철학이나 건국이념 또는 그 나라가 주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이나 사상 등이 국기에 상징으로 표현된 것이죠.
대표적인 국기가 바로 한국의 태극기입니다. 태극기 바탕의 흰색은 우리 민족의 순수함을, 가운데 태극은 균형을 상징합니다. 태극 주변의 4괘는 각각 하늘과 땅, 물과 불을 상징하여 자연의 조화를 의미합니다.
미국 국기에 나타난 50개의 별은 연방 국가인 미국을 구성하는 50개 주를 상징합니다. 빨간색과 흰색의 13개 줄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미국의 13개 주를 뜻합니다. 즉 미국의 국기는 과거의 독립 정신과 현재의 연합 정신을 동시에 상징하는 것이죠.
브라질의 국기를 보면 가운데 27개의 별이 그려져 있고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27개의 별은 브라질을 구성하는 26개 주와 수도인 브라질리아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브라질의 건국이념인 ‘질서와 진보(Ordem e Progresso)’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중국의 국기는 ‘오성홍기(五星紅旗)’라고 하는데, 붉은 바탕에 별이 다섯 개 그려져 있습니다. 붉은 바탕은 중국의 공산주의 사상을 나타냅니다. 다섯 개의 별은 각각 중국 공산당, 노동자, 농민, 소자본 계급, 민족 자본계급으로 중국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계급을 상징합니다. 마찬가지로 공산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베트남 역시 붉은 바탕에 노란 별을 국기에 담았습니다.
프랑스의 깃발은 3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파란색은 자유, 흰색은 평등, 빨간색은 박애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는 현대 프랑스를 있게 한 프랑스 혁명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 모두에게 소중한 각자의 국기
국기에 자국 영토를 그려둔 국가도 있습니다. 유럽의 섬나라 키프로스와 발칸반도의 코소보가 대표적입니다. 키프로스는 현재 비공식적으로 남북 분단 중인 상태입니다. 그래서 평화로운 통일의 염원을 담아 하나 되길 소원하는 마음으로 국기에 완전한 영토를 그려둔 것입니다. 코소보는 오랜 기간 세르비아에 소속되어 내전에 시달리다가 2008년이 되어서야 간신히 독립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진통 끝에 겨우 독립한 만큼 영토가 더없이 소중했기에 국기에 영토를 그려둔 것이겠지요.
이처럼 국기는 각 나라의 다양한 사연들이 녹아 있기에 더없이 소중한 존재입니다. 오늘 여유가 된다면 주변에 걸린 우리나라의 상징, 태극기를 살펴봅시다. 그리고 태극기의 의미 또한 되새겨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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