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옷을 맞춰 입고 채플(예배) 수업에 들어갔다가 정학 6개월 등 징계를 받은 신학대 학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승소했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남성민 백숙종 유동균)는 A씨 등 장로회신학대(장신대) 학생 4명이 학교법인 장신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장신대에서 정학당했던 A씨에게 300만원, 나머지 3명은 각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A씨 등 7명은 2018년 5월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무지개색 옷을 맞춰 입고 채플에 참석했다. 그들은 예배가 끝난 후 무지개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었고, A씨는 이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다음날 한 기독교 신문이 ‘장신대 채플 시간 도중 친 동성애 퍼포먼스가 벌어졌다’는 취지의 기사를 올리며 교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학교는 그해 7월 A씨에게 정학 6개월, 나머지 3명의 학생은 근신 처분을 내렸다.
학교 측의 징계 처분에 불복한 학생들이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019년 5월 학교 측의 징계 처분에 하자가 있다며 학생들의 징계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징계가 취소된 뒤 이들은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징계는 취소됐지만, 당시 학습권과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이 침해됐고 학교가 징계 내용을 담은 소책자를 배포했으며, 이후 교단과 지인들로부터 동성애 옹호자로 낙인찍혀 목사 고시에 불합격하는 등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1심은 A씨가 SNS에 자신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찍은 사진을 직접 올린 점 등을 지적하며 학교 측의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재판부는 “학생들은 징계받은 사실 등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 등 무형의 손해를 입었을 것임이 충분히 인정 가능하다”면서 “목회자 양성에 있어 권위를 인정받는 학교로부터 징계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학생들이 대외적으로 받은 불이익에 영향을 안 미쳤을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학교 측에서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한 데 대해서도 “총회 사무국에 제출됐다가 얼마 뒤 회수됐지만, 이 과정에서 다수인에게 소책자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로부터 다시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 또한 충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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