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계곡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이은해(31)가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가운데,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27)이 이은해에게 편지를 보내 ‘진술을 거부하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인천지검 차장검사였던 조재빈 변호사는 27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수사 뒷이야기를 전했다. 조 변호사는 검사 시절 계곡살인 사건을 지휘한 바 있다.
조 변호사는 “이은해, 조현수가 처음 인천 구치소에 수감되었을 때 ‘N번방’ 사건 주범인 조주빈이 이은해에게 편지를 보냈다”며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말도록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 어떠냐. 검토해봐라’ 이런 취지의 조언을 한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조언에 따라 이은해가 진술을 거부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며 “깜짝 놀랐다. ‘이 녀석이 이런 짓까지 하는구나’ 그런 생각까지 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조 변호사는 “추측해보면 얘네(이은해·조현수)가 그 전에 굉장히 유명해졌으니까, 자기가 전에 굉장히 유명했던 사람으로서 충고한다며 주제넘게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이은해와 조현수는 구속 후에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그는 “이은해는 변호사가 선임돼 있지 않다며 조사 자체를 거부한 상태를 이어갔고, 조현수도 조사를 받았지만 불리한 진술은 거부했다”며 “이 과정에서 이은해와 조현수의 방을 압수수색했는데, 그 결과 두 사람이 조사 받은 내용을 공유하면서 입을 맞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는 공유가 안 되는데, 두 사람은 여러 차례 구속된 적이 있어 구치소 시스템을 잘 알았다”며 “그 공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활용해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가석방까지 생각했다”며 “‘징역 10년을 받게 될 경우, 6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자다’ ‘나는 모범수로 빨리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무기징역이 선고될 가능성도 알았다. 사실상 어떻게 보면 범행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고 했다.
이은해, 1심 무기징역…“늦었지만 정의 실현”
앞서 전날 열린 선고 공판에서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는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은해에게 무기징역을, 공범 조현수에게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은 당시 이은해가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 상태에서 피해자를 4m 높이에서 강제로 다이빙하게 해 직접 살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물에 빠진 후 구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숨지게 한 간접 살인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같은 해 2월과 5월 피해자에게 복어 피를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에서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조 변호사는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늦었지만 정의가 실현된 것 같다”며 “저희가 입증에 실패할 수 있다는 상황에서 6개월 넘게 최선을 다했는데, 제대로 된 판결이 선고돼 바람직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법원에서 ‘직접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그 부분이 좀 아쉽기는 하다”며 “(피해자가) 뛰어내리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재판부에선 나머지 사람들이 안 구해줬기 때문에 결국 사망했다는 것에 의미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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