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일(26일)이 최악의 타이밍에 돌아와 각오는 했는데 금융사 측에서 연 18%를 달라고 할 줄은 몰랐습니다.”
강원 춘천시 관계자는 28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나마 끈질기게 협상해 연 15%로 낮췄다가, 마지막 순간에 연 13%로 낮추며 간신히 상환기일을 3개월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동춘천산업단지 관련 보증 채무 금리는 원래 연 5.6%였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3개월 동안 시가 더 내야 하는 금액은 3억 원에 달한다. 한 차례 홍역을 겪은 춘천시는 이후 육동한 시장 긴급 지시로 자금 경색 상황에 대비한 대응반을 만들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 중이다.
레고랜드발 후폭풍이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과 금리 인상을 불러오면서 그동안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각종 사업을 추진해 온 지방자치단체로 불똥이 튀고 있다. 지자체들은 금리가 오른 지방채 발행을 중단하고, 시급하지 않은 사업 예산을 줄이는 등 긴축재정에 나서며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대구시는 내년 신규 지방채 발행을 안 하기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매년 2000억 원가량을 발행해 왔는데 긴축재정 기조에 따라 신규 지방채 발행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지방채 발행을 안 하는 것은 역대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전시도 지방채 발행을 감축하는 대신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기로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주민 참여 예산을 당초 계획했던 20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줄여 지방채 상환에 사용하는 등 강도 높은 지방채 관리 및 사업예산 감축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지방채 이자 폭탄에… 대구 신규발행 중단, 울산 “1000억 상환”
지자체 ‘레고랜드 후폭풍’ 경산 “이자 1%P 뛰면 18억 더 부담”… 대전-충남, 지방채 발행 규모 줄여 업무비-수당 삭감 등 경비 절감도… 충주 드림파크-경산 지식지구 등 개발비 조달 부담 늘어 차질 우려… 광주 도시철도는 공사비 걱정
지방자치단체들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금리가 부담이다. 충북 충주시와 현대산업개발 등은 올 6월 드림파크 산업단지를 개발하면서 3개월 변동금리로 570억 원을 금융권에서 빌렸다. 최근까지 연 4.7%의 금리를 부담했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이달 말부터 연 5.5%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충주시는 “산업단지를 분양해 돈을 받으면 빚을 갚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분양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기초지자체 중 가장 보증액수가 큰 경북 경산시의 경우 지식산업지구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2370억 원을 지급보증했는데, 아직 남은 보증금액이 1850억 원에 달한다. 이자가 1%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18억500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경산시 관계자는 “고금리 영향과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채권 금리가 높아져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 지자체, 이자 부담에 지방채 발행 줄여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 부담을 우려해 지방채 발행을 줄이는 곳도 적지 않다.
충남도는 올해 지방채 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1380억 원에서 가능한 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빚이 1조 원 이상인 상황에서 고금리 지방채 발행 확대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종시도 올해 지방채 차입금 300억 원을 상환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조기 상환을 통해 6년간 40억 원의 이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자로만 151억 원을 지출했던 대전시도 올해 차입 규모를 600억∼700억 원 줄였다.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긴축재정에 들어간 것이다. 울산시도 내년 예산에서 1000억 원가량의 빚을 갚기로 했다.
○ 업무추진비 줄이고, 경상경비 삭감
지자체가 지방채 발행이나 대출을 줄이면 그만큼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선제적으로 경비 절감에 돌입한 지자체도 있다.
대구시는 내년 예산에서 국장급(3급) 이상 간부들의 업무추진비를 10∼30% 줄였다. 또 직원들의 시간외근무 수당과 경상경비를 10% 삭감하면서 허리띠 졸라매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재정 건전화 추진 방안’ 추진 방침을 밝힌 울산시도 “부서 경상경비 인상을 억제하는 등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할 것”이란 입장이다.
○ 대규모 사업 추진 차질 우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각 지자체가 추진하던 대규모 사업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대전시는 역세권 재개발사업에 필요한 약 1조 원의 예산을 제때 조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상업 복합용지 3만 m²를 개발하는 복합 2-1구역에 이미 2700억 원을 투입한 상태라 사업에 속도를 낼 단계지만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한 정부 대책이 이어지는 만큼 조급하게 판단하기보다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시는 도시철도 공사비 확보가 큰 부담이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총공사비는 2011년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 1조7394억 원이었지만 지금은 2조2214억 원으로 늘었다. 또 최근 확정된 호남고속도로 동광주∼광산 나들목 구간 확장 사업의 경우 사업비 7000억 원 중 광주시가 절반인 3500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충남도는 내년 상반기(1∼6월)에 숙원사업이던 안면도 관광지구 조성사업이 착공하는데, 일각에선 금융시장 불안으로 사업의 안정적 추진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