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톤호텔 일대 골목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친구나 연인을 잃은 시민들의 눈물로 사고 현장 일대가 슬픔에 잠겼다.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기준 146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장에서 사망한 45명은 서울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으로 이송됐다. 사망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사고가 발생한 용산구 이태원로 173-7 해밀톤호텔 옆 골목 근처에는 친구 또는 연인을 잃어버린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발을 구르고 있었다.
연인과 이태원을 찾았다는 한 20대 남성은 “여자친구가 사고로 죽었다”며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렸다.
사고가 난 골목에서 빠져나왔다는 여성 박모(23)씨는 동행하던 친구를 잃어버렸다. 그는 “친구와 함께 골목에 있다가 넘어졌는데, 친구를 잃어버리고 혼자 빠져나왔다”며 “(경사가 있는) 골목 맨 앞에서부터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종된 여성의 남자친구 방모(28)씨는 “여자친구 친구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왔다”며 “여자친구가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아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를 목격했다는 시민들은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됐고, 일부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모(24)씨는 해밀톤호텔 근처에서 사고를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더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서로 앞으로 가라고 밀다가 대로에서 근처 골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서로 점점 더 밀기 시작하면서 벽에 부딪히거나 휩쓸려서 넘어지는 사람이 생겼다. 살려달라는 비명이 곳곳에서 들렸다”고 말했다.
한 남성 시민은 구조가 늦어져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고가 난 골목에서 사람들이 넘어진 상태로 30분 정도 구조를 기다렸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며, 사고를 ‘압사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투약 등은 확인된 바 없다”며 사고 원인은 파악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다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고 현장 근처에서 춤추며 노래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게시돼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영상 속 시민들은 구급차 근처에서 휴대폰을 들고 제자리에서 뛰며 ‘떼창’을 하면서 춤을 추고 있다.
이를 목격했다는 한 시민은 “상황 파악이 안 돼서 그런 것 같은데, 다들 정신이 나간 것 같다”며 “비극 이후 또 다른 비극”이라고 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15분께 해밀톤호텔 옆 골목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는 소방장비 144대, 대원 1701명이 출동해 구조 조치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사망자의 신원을 파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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