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가능한 분?” 절박한 외침, 시민들이 달려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30일 15시 35분


“심폐소생술(CPR) 할 줄 아시는 분? 군대 다녀오신 분들이요 얼른.”

29일 오후 11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 골목 앞 ‘핼러윈 압사 사고’ 현장은 재난 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급박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쓰러진 일행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흉부 압박을 하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지켜보던 다른 시민들에게 다가가 “CPR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서 도와 달라”며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근처에 있던 시민들은 일행에게 “다녀올게”라는 말을 남긴 뒤 경찰 통제선을 넘어 사고 피해자들에게 달려갔다.

당시 현장을 지켜보다 구조를 도운 이규원 씨(21)는 “제가 본 것만 30여 명의 사람들이 쓰러져 CPR을 받고 있었다”며 “시민들이 4명씩 조를 이뤄 환자의 팔다리를 잡고 길가로 옮기기도 했다. 살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참….”이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29일 밤 핼러윈 압사 사고 현장에서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사고 부상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뉴시스
핼러윈 데이(31일)를 이틀 앞둔 이날 밤 사고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부족한 경찰, 소방 인력을 대신해 자발적으로 구조에 나섰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고 초기인 10시 29분경 구급대원과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부상자가 워낙 많아 구조 손길이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서모 씨(22)는 “곳곳에서 비명이 계속 들려왔지만 이미 경찰관이나 구급대원들은 각자 환자를 한 명씩 맡아 상태를 살피느라고 여력이 없어 보였다”며 “일행과 함께 도움을 요청하는 분을 따라가 쓰러져 있는 환자에게 정신없이 CPR을 했다. 살았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직도 걱정된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를 도운 한 의사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환자가) 2명부터 시작해서 4명, 5명으로 점점 늘어나더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며 “환자들의 얼굴이 창백했고 호흡이 없었다. 공통적으로 얼굴에 코피 등 출혈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CPR을 하면서도 복부가 팽창하는 것이 느껴졌다. 가스가 차는 것인지, 출혈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저희 쪽에서(돌본) 여섯 명 정도는 다 그렇게 (복부팽창이) 있었다”고 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 인파가 밀집하며 상황이 심각해지자 인근에 있던 클럽에서 입장료를 받지 않고 클럽 안으로 대피를 돕는 등 구조에 동참했다고 한다. 인근 식당 사장들도 환자들을 식당 안으로 안내해 누울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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