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인파 예상되는 행사-이벤트는 주최 유무 떠나 선제관리 필요
정부 매뉴얼도 개정해야” 지적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두고 지방자치단체, 경찰, 소방 등 재난 대응기관의 ‘대처가 부실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최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인파가 모일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누구도 선제적인 안전관리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3월 만든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에서 지역축제를 준비한 주최 측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 경찰 소방 등의 검토와 심의를 받도록 했다. 경찰·소방과 협의해 주변에 응급차와 안전관리요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관리에도 만전을 기하도록 했다.
매뉴얼은 특히 축제 장소의 전반적 관리·감독을 지자체가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자체는 재난관리부서, 개최자 등과 협의해 안전관리 계획을 심의하고 행사장 지도 및 점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축제 규모가 작아 심의 대상이 아닌 경우에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최 측과 협의해 합동지도 점검과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과 소방의 역할도 세세하게 규정돼 있다. 주최 측이 제출한 안전관리계획 심의를 양측이 합동으로 점검해야 하며 행사 기간에는 순찰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축제 전후 현장을 수시로 점검하며 위험요소 등을 확인하는 것도 경찰과 소방의 임무다.
하지만 이태원 핼러윈 축제의 경우 이 같은 매뉴얼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축제’라는 조건엔 부합했지만, 축제를 주관하는 주최자가 없어 신고 대상이 아니었을 뿐더러 신고할 단체나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핼러윈 축제의 경우 행사를 특정 단체에서 주최한 것이 아니라 지역 소상공인과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 매뉴얼 적용 대상이라고 보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행사를 누가 주최하는지와 상관없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나 이벤트에는 지자체와 경찰, 소방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경찰, 지자체가 질서 유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이번 참사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다”면서 “주최자 유무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고 가능성이 있는 행사에 대해선 선제적 관리를 하는 게 맞다. 이에 맞게 매뉴얼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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